▲ 이춘봉 사회부 차장

현재 국회에는 원전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두 건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들은 모두 방사성폐기물, 특히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자가 해당 기초지자체에 지방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산 울주군을 비롯한 원전소재 기초지자체 5곳은 올들어 ‘원전 및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관련 외부불경제에 관한 연구’ 용역을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했다. 최근 보고회에서 도출된 결과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과세 자료로 사용된다.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원료는 농축 우라늄 덩어리다. 사용 전에는 사람이 만져도 될 정도로 안전하지만 발전 후에는 플루토늄이나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 특히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은 독성이 매우 강해 접근만 해도 생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유해하다.

방사성폐기물은 작업 중에 사용된 의복류와 기기부품, 공구 등의 중저준위 폐기물과 원자로에서 연소된 후 인출된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 두가지로 분류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에서 임시 보관하다가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서 처리한다. 200ℓ 용량 22만 드럼이 저장 가능한데 지난해까지 1만3000드럼이 보관되고 있다. 드럼당 수수료는 60여만원이다.

오염도가 낮고 보관상 위험 역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은 보관에 따른 대가를 받는 반면 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사용후핵연료는 아무 보상 없이 원전 내에 보관 중이다. 이런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보관에 세금을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스페인 등이 이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한 근거다.

정부는 지방세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보관은 발전의 일환이고, 이미 지역자원시설세로 보상하는 만큼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고준위 방폐장 유치 및 가동 과정에서 막대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원전 내 보관은 무료고 원전 이외 지역 보관은 유료라는 주장은, 위험물질을 안고 살아가는 원전 인근 주민에 대한 무시나 다름없다.

계획대로 2035년부터 고준위 방폐장이 가동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2028년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2035년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지난 3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국가적 현안이다. 지난 2003~2004년 일어났던 ‘부안 방폐장’ 논란을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다. 자칫 2035년 이후에도 위험물질을 원전 인근 주민들이 떠안아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처리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최종 처분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아직까지 완벽한 최종저장시설을 갖춘 국가가 없다는 점도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해결되지 못한 채 미래세대에 전가되고 있고, 위험을 부담하는 현 세대는 아무런 보상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울주군의 경우 아직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가 반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이면, 또 신고리 4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 뒤 1년여 후면 그만큼의 폐연료봉이 추가된다.

세액의 많고 적음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금액을 떠나 세금 과징은 위험을 감수하는 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라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과 울산시가 힘을 모아 정부를 설득할 때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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