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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내려온 자
그리하여 맨 처음 동굴로 들어간 자
누구인가, 신들의 시간으로부터
사람의 시간을 훔쳐낸 자,
맨 처음 문을 만든 자는 누구인가
둥근 동굴 밖으로
붉은 구름 희게 물들며 눈부신 해가 뜨는
거대한 풍경을
웅크린 채 멀찍이 바라보던 경외의 시간
등을 굽히고
두려움의 그늘에서 씨앗과 열매를 줍고
먹다 남긴 동물의 사체를 훔치며
쫓기다 굶주리다 도망치다 고단하게
하루치의 끼니를 잇던 자

▲ 엄계옥 시인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다윈,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땅보다는 나무 위가 안전했다. 침팬지는 고민에 빠졌다. 나무에 계속 남을 것인가, 맹수가 우글거리는 살벌한 땅으로 내려설 것인가. 구부정한 어깨 볼록한 배 짧은 다리로 땅에 내려선 순간, 차이는 극명했다. 나무 위에 남은 자는 침팬지로 살았고, 나무 아래로 간 자는 이족 보행과 끝도 없는 도전 끝에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은 자연을 도구화하기에 이른다. ‘동물의 사체를 훔치며 쫓기’던 자는 이 땅의 지배자가 되었다. 지배자는 외롭다. 벽 앞으로 다가설수록 첩첩 방어 문이 생긴다. 고립이다. 문은 벽이자 통로란 것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타종이 서로에게로 향하는 문을 걸어 잠근 탓에 멸종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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