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열어가는 울산의 베이비부머(7)
서점 운영하다 바리스타 변신, 봉사활동 나선 손경자씨

▲ 서점을 운영하다가 울산시 남구 선암호수노인복지회관에서 바리스타로 봉사활동을 하는 손경자씨. 장태준 인턴기자

공업탑로터리 인근에서
20년 넘게 서점 운영하다
외환위기때 문 닫은 뒤
노인시설서 식사·목욕봉사
작년초 바리스타 자격취득
복지시설서 자원봉사활동

“은퇴후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 살려 복지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요”

20년 넘게 문구점과 서점을 운영해온 경험이 있는 손경자(여·66)씨는 요즘 일주일 두 번 선암호수노인복지회관과 문수실버복지회관에서 바리스타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1977년 결혼한 손씨는 결혼 3개월만에 부산 수영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했다. 초등학교 인근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해 영업이 잘 되었지만, 몇년 뒤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고 건강도 악화돼 부산 생활을 접고 울산으로 오게 됐다.

책을 좋아하던 남편을 설득해 공업탑 인근에서 서점을 열었다. 처음에는 헌책방으로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새책을 함께 취급했다. 남편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도매상을 찾아다녔고, 점포는 손씨가 맡아 운영했다.

손씨는 “IMF가 터지고 나서 2년 넘게 매출이 떨어져 1999년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됐다”면서 “팔고 남은 책 수만권은 처분하는 대신 동사무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인근의 학생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점 운영을 접고 울산 향교에서 서예 등을 배우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손씨는 통도사 자비원 등 노인요양시설을 찾아 3여년간 식사봉사와 목욕봉사를 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때도 있었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함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후 손씨는 향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동료의 소개로 지난 2013년부터는 문수실버복지회관 카페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자격증 없이 시작했지만, 그는 이왕 할거라면 제대로 배워서 해보자는 생각에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바리스타과정에 지원, 지난해 1월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손씨는 “수강생들 중에 나이도 가장 많고, 공부를 한 지 너무 오래돼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씨는 “자녀들도 직장생활과 육아로 바쁘게 지내지만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에 동기부여와 동시에 롤모델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후 인생은 즐거움과 자기만족에 달렸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배움과 봉사활동을 계속 하고싶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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