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주체 ‘국민’에서 ‘사람’으로…사형제 폐지 추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제를 폐지하고 모든 사람의 안전권을 명시한 개헌안을 내놨다.

인권위는 26일 오후 서울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기본권 보장 강화 헌법개정(안) 공개 토론회’에서 개헌안을 공개했다.

인권위가 공개한 개헌안은 헌법 1조부터 인권국가 지향성을 명시하는 등 인권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개헌안 1조 3항은 “대한민국은 인권국가를 지향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을 위해 행사된다”라고 규정했다.

인권위는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관심이 쏠렸던 생명권·안전권을 명시하고, 재해 예방과 재해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국가에 지웠다. ‘사형제도는 폐지한다’는 조문도 추가했다.

양심에 반해 집총 병역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병역 외에 대체복무를 부과하도록 하며, 국가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라고도 명시했다.

국가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본소득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알 권리와 개인정보보호권, 망명권, 난민보호, 외국 국적 동포 보호 등 헌법적 근거가 없이 논의돼온 권리도 헌법에 명시했다. 국가의 환경보호 의무와 동물보호정책 수립·시행 의무, 기업의 인권경영 지원 의무도 추가했다.

평등권 조항에서는 성별·종교·신분 외에 성적지향과 장애, 인종,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도 사람을 부당하게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인권위가 제정을 요구해온 차별금지법과 같은 내용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정당 해산의 요건을 기존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서 ‘정당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로 고쳐 단순히 목적만 가지고는 정당을 해산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헌법재판소 심판에 따라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못 박아 논란의 여지를 줄이려는 모습도 보였다.

‘모든 국민은 ∼권을 가진다’ 형식이었던 기존 헌법을 ‘모든 사람은 ∼권을 갖는다’로 고쳐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공무원의 노동3권은 인정했으나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은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체제와 관련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으나 국민투표권·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구로 하는 내용만은 담았다.

인권위는 ‘기본권 보장 강화 연구포럼’과 ‘기본권 보장 강화 헌법개정 추진기획단’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마련했으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음 달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인권위 개헌안에 대해 “영토조항은 통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근로를 노동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일반 법률에 맡겨야 할 것을 무리하게 헌법에서 규정하려는 욕심을 보인다”(송수현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