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명절에 대형 참사와 테러로 우울한 파키스탄

▲ 유조차 폭발사고가 발생한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바하왈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 25일(현지시간)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날 유조차가 전복되면서 폭발한 사고로 숨진 희생자 수가 최소 148명으로 늘고 117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깟 기름이 무슨 소용입니까. 이제 이 기름을 어디에 쓸까요?”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 바하왈푸르 도로에서 벌어진 유조차 기름 화재폭발 사고 당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차에서 흘러내린 기름을 뜨러 갔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모함마드 샤비르는 기름이 든 양동이를 가리키며 허탈하게 말했다.

26일은 국민 97%가 이슬람 신자인 파키스탄에서 지난 한 달 동안 라마단 기간 금식 등 철저한 금욕생활을 무사히 마쳤음을 감사하며 축하하는 ‘이드 알피트르’가 시작하는 날이다.

하지만 전날 153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유조차 화재 사고와 최근 잇따른 테러로 파키스탄 곳곳이 애통해 하고 있다고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특히 유조차 화재사고로 100여명의 주민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사고 현장 인근 아메드푸르 이스트 마을은 마을 전체가 비탄에 잠겼다.

이 마을 주민 칼리드 아메드는 이번 화재로 12명의 친척을 잃었다며 이 가운데 1명의 시신은 수습했지만 11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조차가 4만ℓ에 이르는 기름을 담고 있던 터에 한꺼번에 불이 붙어 폭발하면서 대다수 희생자 시신은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 출신 마크둔 시에드 하산 길라니 의원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가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도 주민들의 탐욕과 무지도 참사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길라니 의원은 주민들이 자신들도 쓰고 팔기도 하려고 여러 차례 기름을 집으로 퍼 날랐다며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주민들이 자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기름 유출 사실을 이웃 친척들에게 서로 전화로 알리며 어서 가져가라고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한 심장 수술 경과 점검차 영국을 방문 중이던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사고가 나자 일정을 단축해 귀국, 26일 현장을 찾았다.

샤리프 총리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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