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제노바 등 아성 내주며 타격…오성운동은 1차투표서 전멸

▲ 이탈리아 TV에 출연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일부 자치단체 수장을 뽑는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중심이 된 중도우파가 압승을 거뒀다.

집권 민주당은 제노바를 비롯한 아성들을 내주며 타격을 입었다.

26일 공개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대표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가 중심이 된 중도우파 연합은 리구리아 주도 제노바, 아브루초 주도 라퀼라, 칼라브리아 주도 칸탄차로, 북부 도시 베로나 등 관심이 집중된 대부분의 도시에서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 연합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를 여유있게 누르고 승리를 챙겼다.

수도 로마와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등 주요 도시가 작년 이맘 때 시장 선거를 이미 치른 터라 선거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 선거는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총선에 앞서 정치 지형을 미리 가늠해볼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날 결선 투표는 2주 전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110개 지자체, 유권자 약 430만 명을 상대로 진행됐고, 47%로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FI가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북부동맹, 조르지아 멜라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당과 연대한 중도우파는 노동자들의 입김이 강해 반 세기 넘게 중도 좌파가 장악해온 제노바에서 마르코 부치 후보가 54.5%를 득표, 45.5%에 그친 민주당 소속의 잔니 크리벨로를 여유 있게 눌렀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민주당은 1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인근 도시 토리노 시장직을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에게 빼앗긴 데 이어 제노바 시장까지 내주며 전통적인 지지 기반 균열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인 지지세가 강하던 라퀼라에서도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진출한 후보가 우파 후보에게 패하며 충격이 배가됐다.

민주당 하원 대표인 에토레 로자토는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명백히 졌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반면, 우파 연합은 코모, 피아첸차, 몬차, 피스토이아 등에서의 승리도 확정짓는 등 이번에 결선 투표를 치른 25개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승리를 거두며 작년 지방선거 대패를 만회했다.

당시 분열로 인해 참패했던 우파 정당들이 이번에 굳건한 연대로 압승을 거둔 것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탈리아 정계는 분석하고 있다.

2013년 탈세로 유죄 판결을 받고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해 심장 판막 수술을 받으며 은퇴 수순을 밟는 듯 했으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 연대를 막후 조율하고, 미디어에도 부쩍 모습을 드러내며 우파 후보들을 측면 지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우파 연합이 내년 총선에서도 연대를 유지한다면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1위 싸움으로 여겨지던 총선은 다수당을 점칠 수 없는 예측불허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FI는 현재 전국 지지율이 14% 안팎으로 지지율 30%를 넘나드는 제1야당 오성운동, 집권 민주당에 훨씬 못미치지만, 지지율 13%선을 기록하고 있는 북부동맹 등 다른 우파 정당들과 힘을 합하면 우파 연대는 오성운동이나 민주당과 지지율 면에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FI 소속의 지오반니 토티 리구리아 주지사는 이탈리아 스카이TV에 “중도 우파는 총선에서도 별 무리없이 힘을 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심 지역이던 파르마에서는 한때 오성운동의 대표 정치인이었다가 베페 그릴로 대표의 비민주적 당 운영에 반기를 들어 출당 조치된 페데리코 피차로티 현 파르마 시장이 결선투표에서 58.5%를 득표, 민주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재선을 확정했다.

한편, 작년 지방선거에서 수도 로마와 토리노 시장을 배출하며 돌풍을 일으킨 오성운동은 2주 전 1차 투표에서는 주요 도시 결선투표 진출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하며 이번 선거에서 전멸하다시피 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