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기상청의 폭염연구센터(센터장 이명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가 신설, 26일 개소했다. 여름 찜통더위 속에서 툭하면 부정확한 예보로 국민적 짜증을 더했던 기상청이 예보능력 강화를 위해 UNIST를 폭염분야 장기원천기술연구(특이기상연구센터) 주관 연구기관으로 지정한데 따른 것이다. 폭염연구센터는 기상청으로부터 2025년까지 4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폭염발생의 과학적 원리를 밝히고 폭염 예보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게 된다. 또 예보기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폭염 피해 예방 정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과학적 자료도 제공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전부터 폭염발생을 예측,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루 빨리 우리 실정에 맞는 모델이 개발될 수 있었으면 한다.

폭염은 고온 현상이 수십일 동안 지속되는 현상으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발생시키는 자연재해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예전과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월과 9월에도 폭염이 잦다. 이전 42년 간 우리나라 폭염은 주로 6~8월에 집중됐다. 매해 폭염특보 최초 발표일도 빨라졌다. 2015년에는 5월25일, 지난해와 올해는 5월19일에 폭염특보가 발표됐다. 점차 폭염이 잦아지며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9월 폭염은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상청의 대응은 한계를 드러냈다. 잦은 오보로 국민 생활에 많은 불편을 끼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매우 이례적이고 특이한 기상 현상에도 기존의 수치모델에만 의존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구온난화와 날씨 패턴의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 진행중인데도 먼 미래의 일로 치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날씨 예측을 위해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등을 예측하지만 이 모델만으로는 폭염과 같은 특이기상에 대한 장기 예측이 어려워 실용적인 수준의 예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상 기상 현상까지 포함해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이 참으로 절실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폭염연구센터의 임무가 참으로 막중해 보인다. AI를 일기예보에 도입해 폭염·열대야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융합 예보기술’ 개발을 비롯한 당면 과제를 충실히 이행, 기상청의 폭염 예측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발판을 조속히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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