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차단한채 투망식 음주단속
경찰 강요된 협조요청에 자괴감
마구잡이식 음주단속 개선 필요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얼마전 한 TV 드라마에서 춘천의 한 여순경이 그 곳을 관할하는 현직 검사의 차를 붙잡고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장면이 나왔다. 여순경은 신분증을 내보이며 음주측정을 면해 달라는 검사의 요구를 뿌리치고 끝까지 음주측정을 요구했고, 뒤늦게 달려온 그 여순경의 상사가 검사의 편을 들어 사태 수습에 나섰으며, 그 여순경은 검사에게 욕설을 당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필자는 수원검찰청에서 근무하던 2001년께 집이 분당에 있었기 때문에 야근으로 늦게 차를 몰고 퇴근하는 경우 많게는 3번까지 음주측정을 요구받았다. 수원을 벗어나기 전에 한번, 분당 입구인 풍덕천에서 한번, 그리고 분당에 들어가서 한번 등이다. 두번째인 풍덕천 파출소 앞에서 음주측정을 요구받았을 때 필자도 현직 검사임을 내세워 봤다. 그랬더니 잠시 후 풍덕천 파출소 근무 경찰관 전원이 필자의 차량을 에워싸고 음주측정기를 반드시 불어야 한다고 요구해 실소하며 음주측정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음주수치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필자는 갑자기 많은 인력을 동원케해 미안해하며 떠났다. 그후 필자가 2005년 춘천검찰청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춘천경찰서 현직 간부가 소속 의경의 음주단속에 걸려 송치된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고 여기까지 되도록 엄격하게 단속 집행을 해 온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

경찰은 최근 인권 경찰을 지향,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인권적 관점에서 새로 정립하기 위하여 경찰개혁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런 관점에서 ‘투망식 음주단속 관행’을 다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왜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운전, 집으로 가고 있는 시민이 진행 도로와 도주로까지 차단하고 투망식으로 단속하는 상황을 용인하고 경찰에 강요된 협조를 해야하는 것인가? 단속 대상의 95%이상은 음주 정황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단속 경찰의 지시에 따라 차를 세우고, 뚜렷한 목소리로 관등성명과 용무를 밝히고 협조를 구하는 대신 무슨 말인지 웅얼거리며 마구잡이로 들이대는 음주감지기 불기를 강요당하고 이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무를 국가나 경찰이 시민에게 강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더구나 그런 상황을 가끔씩은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경험해야 하는 시민은 더욱 자괴감이 들고 경찰에 조소를 보내지 않을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벌칙)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한다’고 되어 있고, 위 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 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에도 교통안전이나 위험방지를 위해 음주감지기(통상적으로 길거리에서 운전자에게 들이미는, 호흡으로 음주 여부를 1차적으로 가리는 장비)의 조사에는 차를 운전한 시민은 응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게 되고, 투망식 음주단속에 강요된 협조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인권 경찰 내지 인권 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라면 선진국처럼 차량을 운전하는 행태를 보아 술에 취한 듯이 보이는 경우를 단속경찰관이 확인하거나 주변 목격자의 신고 또는 사고 후 음주 정황이 의심스런 경우 등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분명한 경우에 한해 음주감지기나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며 음주단속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단지 운전을 하였다는 이유로 수시로 투망에 걸려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보통의 시민은 결코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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