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잘 안자라는 어린이

▲ 박홍규 서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학생을 진료하고 있다.

신장 3% 수준이라면 점검 필요
혈액·성장판 검사 통해 원인 파악
유전적 영향 흔하고 체질성 지연도
성장·갑상선호르몬 결핍 한 요인
여자아이 터너증후군 의심해봐야
칼슘·마그네슘·미네랄 섭취 필수
적당한 운동 성장호르몬 분비 자극

최근 들어 부모와 아이들 모두 키와 성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주변의 가정들을 보면 충분히 키가 큰 아이들도 좀더 키가 크길 바라는 경우도 있고, 부모는 내 아이의 키가 작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이상인 때도 많다. 그러다보니 성장기 아이가 있는 집안은 또래에 비해서 키가 작다는 생각에 부모가 걱정을 하거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성장기 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키가 정상이고, 어떤 경우에 아이들 키 성장을 위한 치료가 필요한지 알아보았다.

◇100명 중 앞에서 3번째 포함땐 검사 필요

의학적으로 볼 때 같은 나이, 같은 성별의 아이 100명을 기준으로 앞에서 10번째보다 작으면 실제로 키가 작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00명 가운데 3번째 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출생 후 정상적인 키 성장은 영아기, 소아기, 사춘기 단계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영아기에는 키가 빠르게 자라다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처음 1년 동안에는 평균 25㎝ 자라며 4세가 되면 7㎝로 감소하게 되고, 사춘기 전까지 5㎝ 정도로 감소한다. 사춘기가 되면서 성장속도가 다시 증가해 연간 10㎝ 내외로 자라다가 성장속도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성인키에 도달하게 된다.

키가 잘 자라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가족성 저신장이다. 부모나 친척 가운데 키가 작은 사람이 있는 경우로 유전이 되는 저신장이다. 성인이 되어도 키가 작은 편이며 성장이 더디지만 뼈나이와 자신의 나이는 일치한다. 또 다른 저신장의 원인으로는 체질성 성장지연이 있다. 태어날 때의 키와 몸무게는 정상이지만 이후 키가 자라는 속도가 감소하면서 저신장이 나타난다.

박홍규 서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내분비분과) 전문의는 “체질성 성장지연의 경우 뼈나이는 자신의 나이보다 감소해 있으며, 사춘기가 또래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돼 급성장기를 지나고 사춘기가 끝나게 되면 키가 정상 범위로 다시 회복이 된다. 흔히 이야기 하는 늦게 크는 아이들이 이러한 케이스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갑상선호르몬 결핍도 원인

성장호르몬 결핍도 저신장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의 키와 몸무게는 정상이지만 이후로 성장장애를 보이게 된다. 일부 아이들은 황달이 지속되거나 저혈당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지 않으면 키가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성장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자 아이들 가운데 키가 작다면 반드시 터너증후군에 대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 터너증후군은 여자 아이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염색체 질환으로, 저신장과 함께 갑상선 질환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과 동반된다. 사춘기가 오지 않아 급성장기가 나타나지 않고, 이차성징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장호르몬과 함께 여성호르몬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들도 키가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호르몬 결핍을 진단하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 결핍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해야 한다. 박 전문의는 “그밖에도 심혈관질환이나 신질환, 혈액질환, 선천성 대사이상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며, 원인질환을 찾아서 치료해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식습관, 수면습관 등이 성장 좌우

키가 잘 안자라는 원인은 이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저신장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저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키가 잘 안자라서 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 혈액검사와 성장판 검사를 실시한다. 혈액검사를 통해서 아이의 영양상태를 알아볼 수 있고, 키를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다른 원인 질환이나 호르몬 이상이 있는지 검사할 수 있다.

키가 잘 자라려면 우선 운동, 식습관, 수면습관 등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운동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키가 잘 자라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당연한 이야기지만 골고루 잘 먹는것은 키를 잘 자라게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3대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해야 하고, 뼈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 섭취도 필수적이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간식은 줄이며, 과일이나 채소를 잘 먹도록 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수면습관도 중요하다. 박 전문의는 “수면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주로 분비된다”며 “이 시간에 숙면을 하는 것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게 되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키는 성장판이 닫힌 다음에는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더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이런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출생 체중이 작은 아이
·키가 매년 4㎝ 미만으로 자라는 아이
·또래보다 키가 많이 크거나 작은 아이
·키가 갑자기 또래보다 커지거나 작아질 때
·부모의 키에 비해서 키가 작은 아이
·부모의 키가 작거나 초경을 일찍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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