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책연구센터 강연…“英 대서양동맹 강화 역할 기대”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서방 안정자 역할 않으면 중·러·인도가 치고 들어와”

 

국제정세에 정통한 학자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대서양 연안국 간 동맹을 강화하고 영미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영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CPS)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대서양 연안 국가들 간의 파트너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처음 언급됐을 때만 해도 “자동적으로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했었다”면서 영국이 유럽연합에 포함되는 것이 익숙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생각이 바뀌면서 브렉시트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영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믿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서양 국가들을 이어줬던 영국의 전통적인 역할과 서구세계 수호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브렉시트)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국이 계속 대서양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유럽과의 고리가 일부 끊어지더라도 미국과 새로운 고리를 구축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영국이 EU를 완전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세계 질서에 적합한 대서양 파트너십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재정비도 주문하고 나섰다.

키신저 전 장관은 서구세계가 더 강력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리더십 공백을 중국이 채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8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어느 한 곳이 공격받을 경우 동맹으로서 이를 방어하도록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의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서방 국가들이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에서 발을 뺀다면 중국과 인도, 러시아가 치고 들어올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전략적 개념을 정립하지 않은 채 물리적 충돌에 나설 경우 대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에 대해서는 민족국가와 구시대의 질서가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과거에는 중동 국가들과 필요에 따라 동맹을 맺을 수 있었지만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격언은 더이상 중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제 당신의 적의 적은 아마 당신의 적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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