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운명이 약 3개월 뒤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종합공정률 28.8%를 보이고 있는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10인 이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최대 3개월 동안 여론수렴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판단을 내리게 하자고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국가에너지 정책의 원칙과 절차가 무너졌다는 비판과 다소간의 예산 소모를 무릅쓰고서라도 대선공약인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 문제를 풀겠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향한 국가공론의 첫 장으로, 성공적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울산 시민의 뜻을 제대로 묻고, 우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국책사업을 위해 어렵사리 삶의 터전을 내줬고, 종국에는 최종 결정에 따른 뒷감당까지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은 28일 공론화 작업 지원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제조정실을 중심으로 TF를 꾸려 공론화작업 지원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먼저 추리고, 이후 15명 안팎의 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공론화위원회에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고 설치근거와 구성, 역할, 활동내용을 규정한 총리훈령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설문조사와 TV토론회 등 공론조사를 설계하고, 최종판단을 내릴 시민배심원단선정과 표결방식 등 기준을 만들기에 무엇보다 ‘공정성 시비’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 국민적 신뢰가 높은 덕망있고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10인 이내 위원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간단치 않아 보인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배심원단에 맡긴다’며 공론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참여자가 환경단체 출신으로 포진, 공론화위원회가 답을 정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을 어떻게 불식시킬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거지고 있는 국가에너지 정책의 신뢰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 중인 공사를 중지하는 것은 원칙과 절차가 무시된 행동으로, 향후의 국가 에너지 정책을 믿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사 잠정중단에 따른 업체 피해 보상에서부터 영구중단 시 뒤따를 대책마련은 물론이고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울산 서생주민들의 반발 해소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첫 매듭부터 잘 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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