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지난 겨울부터 시작한 작은 텃밭에는 상추가 무럭무럭 자라 이웃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을 정도이고 많지 않은 양파도 얼마 전 수확했다.

농사에 입문할 때는 재미있을 것 같아 결정을 했고, 막상 농사를 시작하고부터는 끝없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먼저 잡초가 뒤덮인 땅의 잡초를 다 뽑아내고 땅을 파서 거름을 섞어 두었다. 이틀 후 상추씨를 뿌리고, 땅 위에 검은 비닐을 덮은 다음 일정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양파 모종도 조심조심 심었다.

처음 본 양파 모종은 우리가 봄에 먹는 달래처럼 생긴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너무 약해 보여 만지기도 어려웠다. 모종을 심은 이튿날 비가 적당히 내렸고 필요할 때마다 제때에 비는 적절히 내려주었다. 덕분에 잡초 뽑는 일 외에 물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처음 하는 농사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사이 가뭄이 계속되면서 봄에 심은 대파 모종과 오이, 가지는 시들시들 힘이 없이 말라가서 결국 이틀에 한번씩은 차로 물을 실어 날을 수밖에 없었다. 오이는 몇 개 달렸었는데 한 개만 성하고 나머지는 말라버렸고 깻잎도 누렇게 되고 부추, 가지 등도 잘 자라지 못했다. 이제는 물을 실어 나르는 것이 밭일의 전부가 되었다. 자그마한 밭인데도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가는지, 차에다 물통을 가득 싣고 가서 물을 주고 나서도 마음에는 흡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 연일 보도되고 있는 농촌의 가뭄 피해를 보면서 손바닥만한 텃밭을 손질하는 어설픈 초보 농사꾼도 일기예보의 비 소식을 기다리며 이렇게 걱정을 하는데, 온전히 농사일에만 매달려 있는 농민들의 심정은 정말 메마른 땅처럼 바싹 타들어갈 것이라 새삼 공감하게 된다. 그나마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어느 생수업체 대표가 생수차를 가져와 한마을 100가구의 밭에 물을 공급해 그 마을 전체 농작물의 해갈을 도왔다는 뉴스가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이번 가뭄은 기상청 통계이후 두 번째로 큰 가뭄이라고 한다. 매번 가뭄이 왔을 때 제기되던 가뭄대책은 그 때 가뭄이 해결되고 나면 유야무야 사라졌고 우리는 가뭄피해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가뭄 대책으로 댐과 저수지의 건설, 지하수 개발도 필요하나 실제로 생활 속에서 물의 재활용이 중요하며 또한 개개인이 물 절약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물 부족은 농촌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도시의 가정에서 또는 일상 생활에서 물 절약을 실천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물 보유를 가능케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속적인 물 절약 실천은 가뭄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우리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정부는 2024년까지 농촌용수개발사업에 364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수지와 양수장 등의 수리시설 확충과 물 풍부 지역과 부족 지역의 수계 연결, 하천수 활용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디 이러한 계획들이 계획에 지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 방안이 체계화되어 농민들이 가뭄에 더 이상 애태우지 않길 기대해 본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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