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주를 가다(상)
(드러머=록 블랙 피쉬-크고 힘 좋은 어종)

▲ 호주 갯바위 전경.

라이센스 없이는 낚시할 수 없으며
구명복 착용하지 않아도 단속 대상
낚싯배 없어 도보로 이동 좋은 추억
환경보호 위해 크릴·집어제도 없어
염장새우·식빵부셔 사용 효과 만점

요즘 바다낚시 추세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에도 어자원이 많아 거주지 부근 바닷가만 가도 잘 잡혔고 멀리 가도 전라권의 가거도 태도, 거문도, 추자도 갯바위 출조가 장거리 원도 출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일본의 대마도는 대중적인 곳이 되었고 먼 곳으로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도열도, 남녀군도로 60㎝를 넘는 대형 긴 꼬리 벵에돔이나 대형 돌돔의 강렬한 손맛을 느끼려 찾아가는 국내 갯바위 낚시인들도 제법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의 청도 해안가 부근 섬이나 베트남 쪽으로 돔 낚시를 가는 낚시인들도 제법 있다.

▲ 리조트 내에 있는 바베큐장에서 가진 즐거운 바비큐 파티.

얼마 전부터 숫자는 많지 않지만 호주로 가는 낚시인들도 가끔씩 있는데 이렇게 먼 거리를 많은 비용을 부담하며 찾아가는 까닭은 현지의 풍부한 어자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원시 자연과 새로운 문화, 재미있는 낚시를 함께 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침 호주에 아는 지인들이 있어서 작년에 계획했던 대로 올해 6월 초순 약 열흘 일정으로 호주를 다녀왔다. 오랜만의 해외 원정 출조였다. 6월 초순에 출국한 이유는 호주 갯바위 낚시 최고 대상어종인 드러머의 시즌이 이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 강력한 파워를 느껴보기 위한 것이었다.

▲ 출조 둘쨋날 고기를 잡고 기뻐하는 낚시인.

◇호주에 도착하다

호주는 한국에서 직항으로도 약 10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에 있는 나라지만 시차는 불과 1시간밖에 빠르지 않아 시차 적응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단지 긴 탑승시간으로 인한 피로만 회복하면 되기에 도착 첫날 예약된 숙소인 미들 록 홀리데이 리조트로(Middle Rock Holiday Resort) 가서 바로 짐을 내려놓고 오후에 보트 하버(boat harbour)의 직벽 포인트로 갔다.

늦게 간 탓인지 먼저 포인트를 선점한 낚시인들이 있어 포인트 진입을 못하고 부근에서 낚시를 했지만 너울이 심해 현지 바닷가의 분위기만 느끼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철수 후, 호주 지인들이 마련한 맛있는 바비큐 파티로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 후, 다음날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낚시하는 자리 약 100m 앞에서 유영하는 고래.

◇유의사항

호주에서는 낚시 전에 먼저 알아둬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호주는 라이센스 없이는 낚시를 할 수 없다는 것과 규정 이하 길이의 대상어를 가져오다 단속되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한다. 또한, 구명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단속 대상이며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낚시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라이센스 비용은 일주일 낚시에 한화로 약 3만원 정도였다.

호주에는 한국과 달리 낚시에 필요한 몇 가지가 없었다. 첫째는 호주의 환경 보호를 위한 수입제한 조치로 크릴 미끼가 없었고 집어제도 없었다. 필자를 가이드 해준 호주 교민인 긱스 필드 스텝들은 미끼 크릴대신 염장 새우를 잘라서 사용했고 밑밥은 식빵을 사서 잘게 부셔 적정량의 물을 부어 사용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효과는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었다.

둘째로는 갯바위 출조 낚싯배가 없었다. 그래서, 출조하는 5일 동안 차량으로 포인트 부근까지 가서 약 10~30분간 도보로 걸어가야 낚시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힘은 들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 솔베이 갯바위에서 잡은 50cm급 참돔 외 어류들.

◇드러머 낚시채비 및 테크닉

드러머는 길이에 비해 중량이 큰 편으로 파워 역시 다른 어종에 비해 훨씬 강하다. 특히, 챔 질을 하여 화이팅을 하는 동안 아래로 내려 박는 스피드와 힘이 워낙 강하고 연속적이라 오죽하면 원래 이름인 록 블랙 피쉬(Rock blackfish) 대신 두드린다는 의미의 드러머라는 이름으로 낚시인들 사이에서 불려지겠는가? 그 만큼 드러머는 강력한 힘과 스피드, 지구력을 가진 어종이다. 그 동안에 많은 대물 낚시를 해왔지만 감성돔에 비교하면 약 3배정도의 파워와 지구력이고 긴꼬리 벵에돔이나 돌돔보다도 훨씬 강한 느낌이었다.

드러머의 기본 채비는 찌낚시 전용 2호 중 경질 낚싯대에 4~5호 원줄을 사용하고 목줄도 고 장력 카본 사를 3~5호 정도로 강하게 사용해야 한다. 릴은 4000번을 사용하며 어신찌는 입질이 예민하므로 조류 상황에 따라 00부터 B정도까지 구멍 찌를 사용하며 전유동 채비로 중, 하층 위주로 탐색한다. 바늘은 긴 꼬리 전용 9호, 채비는 직결로 하고 기본 봉돌은 직결 위에 물리고 목줄 중간 지점 에 소형 봉돌을 G2~G5정도 부착한다.

◇드러머를 찾아서

드디어 출조 둘째 날, 긱스 코리아(GIGS KOREA) 호주지부장인 김성규, 필드스텝 정명훈 두 사람과 함께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보트 하버의 홈통 포인트로 향했다.

숙소에서 멀지않은 덕분에 약 10분정도 달려 주차를 한 후, 해안 쪽으로 나있는 소로를 따라 걸어가서 3시간여를 파도 밭에서 낚시를 했지만 잡어만 입질할 뿐 바람과 파도가 점점 더 심해졌다. 낚싯대를 접고 간단한 요기 후, 바람이 의지되는 솔베이(shoai bay) 포인트로 이동을 결정했다.

다시 차량에 올라 한참을 달려 목적지인 솔베이 해안에 도착했다. 바람이 의지되는 반대편 갯바위로 가기위해 30분 동안이나 힘들고 위험한 해안 소로를 걸어간 후에야 낚시 포인트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인트를 보는 순간 힘든 것을 모두 잊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주변 조류와 수심, 바람, 갯바위 여건이 모두 멋진 최상의 포인트였다. 위험한 코스여서 그런지 갯바위엔 낚시인의 흔적이 없는 생자리 포인트 같았다. 갯바위에 도착하지 마자 설레는 마음에 낚시채비부터 시작했다.

◇입질을 받다

채비를 마친 후, 마음이 급했다. 힘들게 산길로 오다 보니 시간도 많이 소비되었고 어둡기 전에는 철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마침 물때도 들물 시간이고 바람도 없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조류가 좋아 보이는 정면으로 가볍게 첫 캐스팅을 했다. 그러나 , 한참을 계속 흘려도 잡어뿐 드러머의 입질이 없다.

▲ 이성규 (GIGS)코리아 대표

그러는 동안에 좌측 갯바위에 서있던 김성규 스텝이 연속적으로 입질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 대상 어종인 드러머는 아니다. 그 후에도 한참을 계속 잡어의 입질만 들어온다. 그러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정명훈 스텝이 강한 입질을 받아 한참을 화이팅하였으나 잠시 방심을 하는 사이에 수중 여로 파고들어 놓치고 말았다. 순간 안타까움이 더하고 마음이 점점 더 조급해 진다.

채비를 다시 걷고 정성스럽게 미끼를 바늘에 다시 끼워본다. 주변 조류를 자세히 보니 우측 갯바위에 부딪혀 나가는 반탄 조류가 좋아 보였다. 밑밥을 서 너 주걱 조용히 뿌리고 조류 끝 지점에 채비를 가볍고 정확하게 던져본다.

채비가 내려지고 2~3m정도 흘러갈 즈음 갑자기 강하고 빠른 입질이 순식간에 들어온다. 챔 질하는 순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게 처박는다. 옆에서 김성규 스텝이 크게 외쳤다. ‘드러머다!” 나는 버티기에 들어가고 어느새 내 옆에는 명훈이가 뜰채를 들고 서 있었다. 차고 나가는 힘이 너무 강했다.

이성규 (GIGS)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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