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중단 지역여론 미반영...이해당사자 이유로 배제땐

▲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현장

건설중단 지역여론 미반영
이해당사자 이유로 배제땐
또다른 지역갈등 야기 우려
안전성 문제 체감정도 달라
배심원단 울산참여 늘려야

정부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일원에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한 뒤 공론화를 거쳐 백지화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울산 시민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경제 및 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 울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건설 잠정중단부터 공론화에 이르기까지 관할지자체인 울산의 여론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특히 원전과 무관한 학자들은 물론 찬반단체조차도 지역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해당사자라고 배제 옳지 못해”

민병주 UNIST 교수는 “단순히 이해당사자라고 해서 논의과정에 배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가 안전성을 우려해 탈원전 정책을 펼친다면 안전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왜 문제가 불거졌는지 살펴야 하는데, 아무런 의견교환 없이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로 배제한다면 또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시민배심원단을 단순히 인구비례나 지역 안배 등의 방식으로 구성한다면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자칫 새로운 지역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나 이해당사자가 아닌 중립적인 인사들로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결정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조형제 울산대 교수는 “국가가 배심원단에 참여하는 개인에게 중대한 결정을 미룸으로써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 같다”며 “특히 신고리 5·6호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 타 지역 주민들이 배심원단에 대거 참석하는 방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된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만큼 절실함이 큰 울산시민들이 배심원단에 많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중치라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지역 찬반단체의 입장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서생 주민이나 탈핵단체가 아닌 일반 울산시민들을 시민배심원단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원에서 운영하는 시민배심원단 등을 모델로 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울산시민을 배심원단에 추천·선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울산시민 배심원단 더 참여해야”

누가 참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논의과정에서 사실에 대한 명확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몰비용이나 안전성 등에서 너무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배심원단이 냉정하게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주요 쟁점과 관련된 사실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역시 직접 이해당사자인 울산시민들을 논의과정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국민과 원전 인근에 사는 울산시민들의 체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용석록 탈핵울산행동 사무국장은 “정부가 독일의 배심원단을 모델로 삼는다는데, 독일의 배심원단 운영 목적은 지역주민 갈등 해소에 있다”며 “아직 명확한 운영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비중있게 반영돼야 하며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경우 5·6호기 반경 30㎞이내에 있는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만큼 울·부·경 주민, 특히 울산시민들의 목소리를 새겨 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반드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찬성하는 범군민대책위 역시 이 점에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할 경우 울산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게 불보듯 하다는 것이다.

이상대 범군민대책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띤 학계는 물론 건설에 찬성하는 대책위의 의견도 꼭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주대상자인 서생면 신리마을뿐만 아니라 그동안 원전 인접지역에서 살며 원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성 문제를 피부로 겪어온 지역주민들의 사정을 잘 모르는 제3자가 백지화 문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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