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하던 황재균, 극적인 승격 후 ML 첫 경기서 결승포

▲ 황재균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화끈하 홈런포를 터뜨리며 인상 깊은 신고식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기적처럼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데뷔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단 한 타석이라도 서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가 오랜기간 간직한 그 꿈에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을까.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 5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 솔로 아치를 그렸다.

3-3으로 동점인 6회말에 빅리그 개인 첫 안타를 신고했는데, 그것이 홈런이었다.

2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상대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시속 145㎞짜리 직구를 정확하게 받아쳐 좌중월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5m에 이르는 대형 홈런이었다. 그간의 수모와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통쾌한 홈런포였다. 결승 홈런을 쳐낸 황재균은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했다.

황재균은 2015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지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무응찰의 아픔을 겪었다.

주변에선 그런 황재균을 비웃었다. 국내에서도 최고의 타자가 아닌데, 메이저리그는 가당치도 않다며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황재균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처럼 한국 무대에서 굵직한 기록을 남긴 대표 타자는 아니었다.

장타력은 물론 정교함, 수비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래도 황재균은 굴하지 않았다. 좌절하는 대신 이유를 파고들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그의 백스윙 궤적이 길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곧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타격 자세를 간결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황재균은 삼진 비율을 2015년 20.5%에서 지난해에는 11.8%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면서도 황재균은 지난해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타율 0.335에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27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20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쇼케이스를 펼쳤지만, 관심을 보인 구단은 샌프란시스코가 거의 유일했다.

제시받은 계약 조건도 스플릿 계약이었다. 제대로 된 대우도 아니었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으려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뚫어내야 하지만 황재균은 그마저도 감수했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자신과 성적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경쟁자들이 하나둘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황재균은 마음을 비웠다.

메이저리그 승격 통보를 받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황재균은 옵트아웃(잔여 연봉 등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하는 것)을 행사해 팀을 떠날 생각이었다. 이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 순간,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일어났다.

황재균은 전날 빅리그행을 통보받았고, 이날 빅리그 첫 경기에서 홈런을 쳐내며 자신의 선수 인생에서 가장 벅찬 하루를 맞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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