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제1 국정과제로 내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동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친기업 성향의 마크롱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노동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뮈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장관은 근로자 부당해고 보상금의 상한이 없어 기업들이 고용을 주저하게 된다며 개정안에는 보상의 상한선이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근로조건 협상 시 초과근무 같은 민감한 사안을 사용자가 직접 사원투표에 부쳐 노동조합의 반대를 회피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다국적 기업의 프랑스 지사 근로자 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대해 페니코 장관은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근로자를 위한 안전망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대통령 법률명령(Ordonnance) 방식으로 개정을 추진해 9월 말까지 노동법 수정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법률명령 방식으로 법규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의회의 심의·토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함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집권 여당이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최근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마크롱의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이달 프랑스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007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선거 당시 약속했던 “혁명”에는 못 미치고 전임자 올랑드 프랑수아 전 대통령 정부의 노동법에서 조금 더 나아간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파트리크 아르튀 경제연구소장은 “흥미로운 조치들도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밝혔던 노사관계의 거대한 분권화에는 못 미친다”며 “산업 부문별 노조가 계속 중요한 특권은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올랑드 전 정부는 개별 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자가 근무 시간이나 임금과 관련해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협상 결과를 실행에 옮기려면 여전히 노조의 승인이 필요하다.

마크롱 정부는 올랑드 정부가 철회했던 조치도 다시 도입한다.

다국적 기업의 모회사가 본국에서 흑자를 내더라도 프랑스 지사가 손실을 보는 경우에는 프랑스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이러한 노동개혁 움직임에 프랑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제2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은 오는 9월 12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4위를 한 극좌파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은 마크롱이 노동규칙을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WSJ은 노동개혁이 두 달 전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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