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호주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로드, 파도에 의해 침식된 바위와 절벽, 굴곡 있는 해안선, 서핑에 최적인 해변 등 약 300 ㎞에 이른다.

여행지에서 엽서 한 장 부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만난 사람과 자연, 그 벅찬 감동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벤치도 좋고, 카페도 좋다. 북적이는 기차역이면 더욱 근사하다. 누군가에 위로가 돼 줄 짧은 글은 금세 완성된다. ‘여행을 꿈꾸는 자에게 오늘도 길 위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색다른 곳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어딘가를 향해 가겠죠.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꿈 꿔 보세요. 새로움이 있어 즐거운 법이니까요.’

▲ 원색의 클래식카 행렬. 사진 안남용

세상과 격리된 듯한 ‘빈티지’한 매력
미국과 수교 회복 조만간 사라질지도

◇ 쿠바 아바나

쿠바를 여행하는 재미 중 하나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원색의 클래식카 행렬이다. 대부분 1950년대 미국에서 건너 온 부자들이 타던 것. 화려한 대형차와 스포츠카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오르카가 거리를 달리고 있는 까닭은 사회주의혁명 이후 미국의 봉쇄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차량들이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사 새옹지마라 한다.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쿠바의 풍경은 세계와의 격리 현상이 빚은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와 20세기 대문호 헤밍웨이. 쿠바는 이 두 명이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이들의 흔적을 찾아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몰려든다. 재미있는 건 두 사람 모두 쿠바 태생이 아니라는 점.

지난 2015년 미국과의 수교가 회복되면서 쿠바의 진풍경도 어느 순간 사라질 지 모를 일이다. 첨단문물이 빈티지한 쿠바의 매력을 삼켜버리기 전에 쿠바만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려는 발길이 그 곳으로 몰리고 있다.

여행팁 쿠바인에서는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인터넷 와이파이 존도 한정적이다. 인터넷이 되는 곳도 1시간에 2500원 가량을 돈을 줘야 한다. 쿠바에 갈 때 가장 필요한 말은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영어가 잘 안 통하니 간단한 스페인어는 익혀간다.

▲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곤돌라.

118개 섬·200여개 운하·400여개 다리
흥미로운 사연 예술적 향기로 넘쳐나

◇ 이탈리아 베네치아

118곳의 섬과 200개가 넘는 운하. 저마다 흥미로운 사연을 간직한 400여 개 그림같은 다리가 어우러진 곳.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동양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또 하나의 독립된 비잔틴 구역으로 자유와 사랑을 꿈꾸는 유럽의 문화응접실이기도 하다.

베네치아는 ‘계속해서 오라’는 의미의 라틴어 ‘Veni Etiam’에서 그 이름이 시작됐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고즈넉한 골목과 예술적 향기로 넘치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섬 전체를 빼곡하게 차지한다. 그 모든 공간을 충분히 즐기려면 한두 번의 방문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영화제, 비엔날레, 음악회, 곤돌라축제 등 이름만 이야기해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행사가 1년에 10여 차례 이상 열린다. 그 중에서도 사순절에 열리는 카니발과 9월 첫째 주에 열리는 곤돌라 축제가 제일 유명하다.

축제 외에도 유리 특산품을 생산하는 무라노 섬을 비롯해 베체치아 문화의 중심지 토르첼로 섬, 영화제가 열리는 무대이자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리도 섬,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어촌 부라노 섬, 괴테와 하이디가 사랑했던 카페 플로리안도 들러볼 만하다.

여행팁 인천에서 로마까지 직항기를 이용하면 약 12시간 정도 걸린다. 로마에서 고속철을 타고 2시간 30분이면 그 곳에 도착한다.
 

▲ 볼리비아의 대표 관광지인 유우니 소금사막. 사진 안남용

해발고도 3653m 고지대 위치한 사막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된 모습 장관

◇ 볼리비아 우유니

남미 여행이 트랜드로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 대표적 관광 포인트다.

사막은 해발고도 3653m에 위치, 면적은 1만2000㎢에 이른다. 지각변동으로 솟아 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2만년 전 녹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비가 적고 건조한 기후로 인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은 모두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은 것이다.

그 곳의 비경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국내에서 남미로 바로 가는 직항기는 없고 미주나 유럽, 서남아시아를 경유해야 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미국에서 들어가는 것. 마이애미에서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로 간 다음 그 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200㎞를 달려간다. 이처럼 불편한 여정이지만 우유니 소금사막을 찾는 한국인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곳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강렬한 햇살과 푸른 하늘, 구름이 마치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돼 절경을 이룬다. 밤이면 하늘의 별이 모두 호수 속에 잠긴 듯 하늘과 땅이 일체를 이루어 장관을 연출한다.

여행팁 라파스에서 출발하는 하루, 1박2일, 3일짜리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노후 차량은 금물. 사막 지대가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차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조난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독일 여행객이 길을 잃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일도 있다고. 따라서 차량은 두 대 이상 짝을 이루어 여행하는 편이 좋다.

▲ 호주 멜버른의 랜드마크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도시적인 감성과 대자연이 공존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 호주 멜버른

멜버른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주도다. 연평균기온은 약 15℃ 전후로 온화하다. 도시적 감성과 대자연의 감동을 동시에 만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6년 연속 1위로 꼽혔기에 1순위 여행지로 꼽힌다. 안전한 치안으로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도 그만이다.

시내의 랜드마크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이다. 1854년 세워진 멜버른 최초의 기차역으로 샛노랑빛 유럽식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주변으로 그래피티로 유명한 골목문화와 마주한다. 옛 드라마 ‘미안하고 사랑한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도시는 호주에서 가장 많은 극장과 갤러리, 박물관을 가진 문화예술도시이기도 하다. 부지런히 걸어 다녀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시내 곳곳을 누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내에만 머물면, 멜버른의 매력을 절반 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시 외곽에도 멋진 관광지가 많다. 시외관광은 도심에서 출발하는 일일시티투어를 이용한다. 다채로운 관광지 중 마음에 드는 동선을 선택하면 된다.

여행팁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다. 약 300㎞에 이르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있다. 파도에 의해 침식된 바위와 절벽, 굴곡 있는 해안선, 서핑에 최적인 해변,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12사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이형준 저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다> 참조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