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싱글 와이프’로 화제…“꾸밈없는 모습을 신선하게 봐주신 듯”
“우리 딸이 아빠는 개그맨 같고, 엄마는 엉뚱하다네요”

▲ 배우 서현철, 정재은 부부가 지난 6월 3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제가 진짜 이런 사람인지 몰랐어요. 남편한테도 ’당신 만나기 전에 나 이러지 않았어‘라고 얘기해요.(웃음)”(정재은)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듯)제가 집사람 대학 동기들한테도 다 확인했어요. 학교 때는 더 했다고 하네요.(웃음)”(서현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시작한 SBS TV 부부 관찰 예능 ‘싱글 와이프’로 단숨에 ‘핫 피플’이 된 배우 서현철(52)-정재은(48) 부부를 최근 광화문에서 만났다.

MBC TV ‘라디오 스타’에서 서현철이 먼저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입담을 과시한 데 이어, 정재은이 ‘싱글 와이프’에서 그 못지않은 ‘허당’ 매력을 뿜어내면서 이들 부부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진짜 그렇게 반응이 있나요? 저희 동네 분들이 갑자기 반갑게 인사를 하기는 하세요.(웃음) 제가 방송을 통해 친근하게 보였나 봐요. 맛있는 것도 만들어서 갖다 주시고 모기 퇴치제를 가져다준 분도 계세요.”(정재은)

“솔직히 처음에 출연 제안이 왔을 때 예능이라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못했어요. 그냥 집사람을 여행시켜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바로 OK 했거든요. 집사람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던 차여서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판이 점점 커지는 거에요.(웃음)”(서현철)

보기에는 더없이 우아한 관록의 여배우 정재은은 남편 서현철로 인해 순간적으로 단어를 잘못 인용하는 말실수를 자주 하고, 천진난만한 면이 많은 ‘허당’임이 폭로(?)됐다. ‘비데’를 ‘내비’라고, ‘다이어트’를 ‘아르바이트’라고, ‘SUV’를 ‘USB’라고 잘못 말하는 등의 에피소드와 감성이 풍부해서 벌어지는 각종 일화가 ‘라디오스타’에서 큰 웃음을 안겼다.
그런데 그러한 ‘폭로’가 거짓이 아니었음이 ‘싱글 와이프’에서 증명(?)되자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난생처음 혼자 해외여행에 나선 정재은은 휴대전화 예비 배터리 사용법을 어렵게 익히고, 엄청나게 무거운 여행 트렁크를 낑낑대고 끈 채 복잡한 일본 기차와 전철을 아슬아슬하게 갈아타면서 간신히 숙소에 도착하는 등의 모습으로 방부제 없는 정겨운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나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로 일방적으로 꾸준히 말을 거는 모습은 폭소를 유발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재은은 타고난 붙임성과 활달한 성격, 소녀 같은 감성, 매사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모습으로 ‘허당’ 이미지를 뛰어넘는 ‘초긍정 캐릭터’로 떠올랐다. 누리꾼들은 그를 ‘국민 호감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저를 두고 ’긍정‘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저는 원래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남편을 만나고 나서 바뀌었어요. 남편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얘기하거든요. 그 점만큼은 100% 남편 영향을 받았어요. 직업이 배우다 보니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감정선이 있고, 경쟁심리로 본의 아니게 내가 나를 긁는 경우도 많은데 남편을 만나고 나서 제가 변했어요.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 만족하고 즐긴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또 저의 단점이 누군가에게는 짜증을 유발할 수도, 멍청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인데 남편이 저를 ’러블리하게‘ 만들어줬어요. 제가 결혼을 잘했죠.(웃음)”(정재은)

두 사람은 2005년 처음 만났다. 사랑은 콩나물 분실 사건에서 시작됐다.

대배우 고(故) 백성희가 출연했던 한일 합작 연극 ‘강건너 저편에’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3개월간 일본 여러 곳을 도는 공연을 통해 정이 들었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정재은이 콩나물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고령의 백성희 선생님이 편찮으셔서 공연이 취소될 상황까지 갔다가 다행히 상태가 나아지신 후 콩나물 반찬이 드시고 싶다고 해서 그걸 샀어요. 선생님께서 콩나물하고 밥을 드실 생각에 너무 신나 하셨어요. 그런데 집사람이 잃어버린 거죠.(웃음) 제가 다음날 새벽 신주쿠 주택가 골목을 2시간 동안 헤맨 끝에 반찬가게를 발견해서 콩나물 반찬을 다시 사 왔어요. 당시 상황이 되게 심각했거든요.”(서현철)

“그때 정말 남편에게 감동했어요. 너무 고맙더라고요. 백 선생님이 너무 실망하셔서 제가 몸 둘 바를 몰랐거든요. 근데 결국 새로 사온 콩나물 반찬을 선생님은 안 드셨어요.(웃음)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너무 상심해서 이미 마음이 떠나신 거였죠.”(정재은)

정재은의 첫인상이 “도도했다”는 서현철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그녀가 ‘허당’임을 알았고, 서현철의 첫인상이 “말 없고 재미없는 사람”이었다는 정재은은 콩나물 사건을 계기로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서현철은 만 서른,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는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던 그는 20대를 회사원으로 보냈다. 그러다 과감하게 진로를 변경, 대학로 연극판으로 뛰어들었다.

“제가 어릴 때 동네 애들을 쫙 모아놓고 영화 ’로보트 태권브이‘ 내용을 구연하고는 했대요.(웃음) 연극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돈이나 결과는 신경 안 썼어요. 결혼 생각은 거의 못했고요. 제 한 몸 고생하는 것은 괜찮지만 가족이 같이 고생하게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TV 드라마 출연을 하게 되면서 일이 쑥쑥 잘되더라고요.”(서현철)

‘늦깎이’임에도 세밀한 연기로 연극판에서 곧 자리를 잡은 서현철은 2010년 KBS 2TV ‘신데렐라 언니’로 드라마에 진출했다. 이미숙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그는 독특한 캐릭터로 호기심을 끌었다. 이후 ‘어셈블리’ ‘징비록’ ‘육룡이 나르샤’ ‘장영실’ ‘오마이 금비’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주 막을 내린 tvN ‘써클’에서는 개성 강한 형사로 출연했다. 8월부터는 KBS 2TV ‘맨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물론’ 연극도 계속 해왔다. 현재는 ‘스페셜 라이어’를 공연하고 있다.

탤런트로 출발했지만 대학 졸업 후 연극에 전념했던 정재은은 지난달 막을 내린 SBS TV 아침극 ‘아임쏘리 강남구’에 출연하는 등 이제 드라마를 조금씩 병행하려 한다.

“우리 딸이 8살인데 아빠는 개그맨 같고, 엄마는 엉뚱하다고 말해요.(웃음) 예능에서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제 이미지가 너무 그렇게만 굳어질까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 딱 여기까지가 좋은 것 같아요.”(정재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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