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직은 건드리지 말라.
도사린 설움 설움을 터뜨리지 말라.

육중 안으로만 파고드는
싸늘한 가슴.

속들이 불이 붙는
지열(地熱) 같은 것.

-중략-

아직은 아직은 건드리지 말라.
도사린 설움
설움을 터뜨리지 말라.

▲ 엄계옥 시인

모든 삶은 이어져 있다. 만돌라로, 이 시가 수미상관인 것처럼. 몇 해 전 문인수 시인으로부터 고무신 모양의 수석을 받은 적이 있다. 시를 접하면서 내버려 두었던 돌이 이미지로 다가온다. 박종우 시인의 아호 고무신에 따른 해석이 분분하다. ‘신하없는 외로운 제왕(孤無新)이란 뜻도 있다’(성낙구 수필가)니, 그에 걸맞은 해석이다. 시가 스케일이 커서 숨이 깊다. 종은 ‘육중 안으로 파고든 싸늘한 가슴’에 울음통을 짓는 중이다. 뜨거운 통증은 아아(峨峨) 산을 넘어 애연할 때를 기다린다. 그날이 오면 ‘도사린 설음 불이 붙는 지열(地熱)’ 올올이 헐릴 것이니 아직은 아직은 애곡(哀哭)집 건들지 말라더니, 그 소리 여음 우렁우렁 깊어 심금이 얼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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