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열어가는 울산의 베이비부머(8)]
“약초관련 서적 5권·월간지 발간이 꿈”

▲ 현대중공업을 퇴직한 뒤 한국전통약초연구소를 운영하며 산야초를 연구하고 있는 김동해씨.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직장 다니며 퇴직 후 준비
10년전부터 약초에 매달려
관련 자격증 10여개 취득
이론·실무 겸비 약초전도사
산야초 가정백과 저서 출간
대학 강의 등 바쁜 나날

최근 우리 사회에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줄을 잇고 있으나 이들 중 오래전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한 경우는 많지 않다.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는 게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해(59·한국전통약초연구소장)씨는 오랜 기간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베이비부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약초와는 거리가 먼 현대중공업의 근로자였다. 1982년 입사해 지난해 연말까지 만 34년을 한 직장에서 다니며 기능인의 길을 걸어왔다. 입사 후 동력부에 배치돼 고압가스와 안전관리 업무를 맡은 그는 맡은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집 근처에 작은 방을 얻어 퇴근 후면 공부에 매진했다. 8번의 낙방과 9번의 시험끝에 고압가스 1급 자격증을 따는 등 고압가스·배관·위험물·보일러 분야 기능장을 취득했다. 사내 현중기술대학도 졸업해 4년제 학사인 기계공학사 학위도 받았다. 아이디어도 풍부해 사내 제안왕도 여러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갈고 닦고 인정받은 실력으로 탄탄대로의 기능인의 길을 걷던 그는 2007년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김씨는 “회사 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를 배워보고 싶었고, 마침 한마음회관 문화센터에서 하는 약초강좌가 눈에 띄어 바로 수강 등록했다”며 “강의를 들으면서 ‘3년 후에는 내가 강단에 서겠다’는 결심으로 약초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문화센터 약초강좌 수강생 모임인 약초회장을 맡아 밤낮으로 약초와 씨름했고 주말이면 산과 들에 약초를 캐러 다녔다. 또 이론적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쪼개 대구한의대에서 한방강좌를 수강하며 한방약술전문가 1급 과정도 취득했다. 이 뿐 아니라 약용심품교육사, 한방약술교육사, 한방약차교육사, 벌침건강관리사 등 그가 보유한 자격증만 10개가 넘는다.

이렇게 약초와 관련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며 약초 전도사가 된 그는 악초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약초책 집필에 나섰고 지난 2012년에 ‘산야초 가정백과’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해 2000여권이 팔리며 관련 서적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정년을 2년 앞두고 지난해 희망퇴직을 했고, 앞서 한국전통약초연구소를 열며 본격적인 약초 전도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약초 관련 강의를 하는 한편 한국평생교육대학약용식품지도과 교수와 영산대 외래교수로도 출강중이다.

김씨는 “약초 관련 저서를 총 5권 집필하는게 목표인데 현재 3권 남았다. 월간 잡지를 만드는 것도 꿈”이라고 밝힌 뒤 “후배 직장인들이 퇴직을 닥쳐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을 두고 미리 준비했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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