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남북문제 등 한반도 이슈 전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도성도 확인했다. 높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주요 의제의 하나였던 ‘한미FTA 재협상’은 여전히 불씨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는 자동차의 수출 전진기지인 울산으로서는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한미정상회담의 동행취재에 나선 본보도 ‘한미FTA’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결과, “미국에게 재앙”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FTA 재협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그 협정이 체결된 이래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콕 집어 불만을 제기했다. 한미FTA의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가장 먼저 개정을 요구할 부문이 자동차산업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도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라이트하이저(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재협상과 협정 개정을 위한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특별 공동위원회를 소집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대통령은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직접 언급하거나 공동선언문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미FTA 협정문에는 재협상은 합의사항이 아니라 한쪽이 요구하면 응하는 게 의무사항으로 돼 있다. 재협상을 거부할 경우 일방적 폐기도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측의 요구에 의해 재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는 현대차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와 미국차 수입 확대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등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자동차 수출이 지금보다 더 감소하게 되면 울산경제 위축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은 총 96만4432대, 금액으로 155억8586만달러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5%, 9.8% 감소한 것이다. 자동차 수출에서 FTA효과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지만 FTA재협상에 돌입하면 현대차의 대미수출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협력업체 등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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