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권기술 의원(한나라당·울주군) 집 3인조 강도사건은 의원의 운전기사가 자신이 진 보증빚을 갚기위해 후배들을 끌어들여 치밀한 사전준비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일 자신이 모시는 의원 집에서 강도짓을 한 혐의(특수강도)로 국회사무처 7급 별정직 직원 이모(35)씨와 정모(28·무직) 윤모(27·무직)씨 등 3명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10년전 지방의 모 지구당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알게된 선후배 사이로 5일 오후 9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권의원 집에 택배원을 가장해 침입, 의원의 며느리 이모(27)씨와 이씨의 어머니(65), 딸(2) 등을 이불끈으로 묶고 흉기로 위협, 집문서 등 서류가 든 소형금고와 롤렉스시계, 반지 등 1천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의원의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고 달아난 혐의다.

 조사결과 이씨는 3년전 보증선 친구빚 4천800만원을 갚기 위해 후배들을 불러 자신이 모시는 의원 집에 돈이 많으니 한탕해 나눠쓰자고 모의, 권의원 부부가 해외여행을 간 일정을 파악한 뒤 이를 틈 타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2년전부터 권의원의 승용차 운전을 해온 이씨가 의원 가족들이 금고 이야기를 자주해 금품이 많이 든 것 같아 이를 훔치려 했으며, 범행 다음날에는 평소처럼 의원 집에 정상 출근하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경찰에서 "다른 의원 운전기사들이 의원집 강·절도 발생사건의 경우 경찰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시는 의원 집을 범행대상으로 삼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금고를 열지않고 일반인이 잘 모르는 차고지로 통하는 계단으로 옮겨갔고, 집안에 차량 열쇠가 놓인 장소를 알았으며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 소행으로 보고 수사하다 7일 성남 야산에 버려진 채 발견된 다이너스티 차량 주변을 오가는 이씨의 프린스 차량을 확인, 이들을 주거지 등에서 차례로 검거했다.

 이들은 훔친 돈 일부는 나눴으나 나머지 금고와 금품 등은 이씨의 부모집 등에 그대로 숨겨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폭력등 전과 3범인 이씨가 그동안 지구당사무실 등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몇몇 의원 운전기사를 거쳤던 점으로 미뤄 다른 절도범죄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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