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진주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장구한 세월이 흘러야 되는 것이다.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깨끗하고 맑은 바다 밑에 있는 조개껍데기 안에 작은 모래알이나 껍데기 같은 것이 모여서 오랜 기간동안 파도와 풍랑에 이리 깎이고 저리 깎여 일부는 날아가 버리거나 아예 전부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알맹이는 살아남아 조개껍데기에 집을 짓기 시작하게 된다.

 이 모래알들은 무생물들이지만 숙명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조개껍데기를 모태로 잉태되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어떤 것은 병이 들어 생명을 잃어버리거나 쓸모 없는 하찮은 모래알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러한 고난과 고통의 기간을 거쳐 종국에는 찬란하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주인 것이다.

 하나의 진주가 탄생하기까지는 이러한 고통과 고난, 그리고 아픔이 있었고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그 영롱한 빛은 더 값진 것이다. 무대위에 선 연기자의 기본정신도 바로 "진주의 핵"과 같은 것이다. 하루이틀만에 연기가 창조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치열한 예술정신을 가지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비로소 연기의 희미한 불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연기자의 정신세계가 맑아야 한다. 영혼이 맑지 않은 연기자가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 병든 영혼을 가진 연기자가 내뱉은 말은 관객들에게 악취나는 오물을 뿌리는 것과 같은 것으로 관객들을 모두 극장 밖으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악취와 구린내 나는 썩은 영혼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속히 내면세계를 정화해야 될 것이다. 러시아의 위대한 연출가요 배우였던 스타니 슬랍스키는 "연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 "극장 안에서 침을 뱉으려면 극장 밖에서 뱉고 들어가라"고 설파했다. 오늘날 급조된 일부 대중스타들이 반짝 얼굴을 내밀다가 마약이니 성문제 등 갖가지 추문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나락의 저편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도 정신세계 즉 인간의 저 깊은 영혼이 맑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진지하고 맑은 정신을 앞세우는 연기자 즉 예술가가 더 많이 탄생되어야겠다. "진주의 핵" 즉 작은 모래알이 엉겨서 만들어진 단단한 핵은 연기자의 정신과 신체이며 그 핵이 빛을 발하면서 창조된 영롱한 빛의 주인공은 진주인 것이다. 연기자들이 무대 위에서 창조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게 되는 연극은 진주의 빛으로 뭉쳐 있기 때문이다. 비단 연기자 즉 예술가 뿐만 아니고 정치가들도 이 진주의 핵과 같은 진리를 좀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정신세계가 병들면 옳은 정치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정신세계가 병들면 훌륭한 연기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능력 있다고 자타가 인정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허우적거렸고 결국 부정부패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파멸한 정치가가 얼마나 많았던가? 사람의 능력이란 꼭 그 사람의 기획력이나 판단력, 추진력 그리고 명석한 두뇌만이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이 썩은 연기자의 연기에서 구린내가 나듯이 정신이 썩은 정치가의 연설에도 구린내가 나는 것이다. 정신이 썩은 고위공무원의 행동에서도 악취가 코를 찌르는 것이다.

 정신이 썩은 기업가의 사업은 곧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 신문지상이나 방송을 장식하는 부정부패의 요소들 모두 정신보다 물질적 즉 인간의 숭고한 내면 정신세계, 맑디맑은 인간의 영혼세계보다 인간의 외면세계에 더 치중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구성돼 있지만 정신이 썩으면 육체도 썩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대 한쪽 구석에서 서성이다가 곧 사라져버리는 "삐에로"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소중하게 여기고 "진주의 핵"에 담긴 영혼의 소리를 한번쯤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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