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당신은 너무합니다’서
성경자역 맡은 배우 정혜선
갈등 쥐락펴락하는 캐릭터로
주인공보다 많은 등장에 화제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드라마, MBC TV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재벌회장 큰사모님 ‘성경자’ 역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정혜선(75·사진)씨.

성경자는 그의 아들 내외, 두 손자 내외를 손아귀에 쥐고 집안에서 한껏 파워를 과시하는 인물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먹는 ‘콩가루 집안’에서 성경자는 모든 인물과 부딪히면서 드라마의 갈등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주연 배우들보다도 정혜선이 더 많이 화면에 등장하게 됐다.

“힘들긴 하지만 이 나이에 이렇게 비중 있는 역할 맡는 건 배우로서 정말 행복한 거죠. 행복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은 정혜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얼마 전에는 장손의 결혼식이 파국으로 치닫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성경자가 거짓 졸도 연기를 펼친 코믹 엔딩이 화제를 모으면서 ‘엔딩 요정’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후배들이 ‘선생님이 나오셔야 시청자가 재미있어한다’며 힘을 내라고 하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성경자 속으로 들어가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1960년 KBS 공채 1기 탤런트로 출발했다. 연기인생 57년. 그는 최근에만도 ‘미녀 공심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전설의 마녀’ ‘압구정 백야’ ‘유혹’ ‘신의 선물’ ‘백년의 유산’ 등에 줄줄이 출연하며 칠순이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예전 작품 중 대표작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제3지대’와 ‘간난이’ ‘아들과 딸’ 등을 꼽았다.

“내가 쉬는 걸 몰랐어요.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남편 없이 산 세월이 오래됐잖아요. 30대에 이미 혼자가 됐으니 내가 가장이었어요. 일을 안 하면 밥을 못 먹을까 봐 계속해서 일했어요.”

빈민부터 재벌회장까지, 한없이 착한 인물부터 악독한 인물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분주히 오간 노배우는 ‘긍정 요정’이기도 했다.

“저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성경자가 나오는 드라마를 막장이라고도 하지만, 배우는 대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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