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바흐 위원장 합의
남북화해가 올림픽 정신 부합
단일팀 구성보다 참가에 초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IOC 기념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 교류의 맥박이 다시 힘차게 뛸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바흐 위원장을 접견하고 “북한이 만약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면 올림픽 정신 고취에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 지역과 세계평화, 그리고 인류화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OC가 북한 참가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우리 대회조직위원회와 강원도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나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면 북한의 참가를 위해 중국의 협력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 참가는 그 자체로 평창올림픽 붐업과 성공적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거듭 IOC의 협조를 요청했다.

바흐 위원장은 “저는 문 대통령의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이것은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저희는 한배를 타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IOC와 한국은 평창올림픽 성공을 향한 ‘운명 공동체’로서 북한의 참가가 곧 평창올림픽의 성공이라는 인식을 문 대통령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 축사에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참가를 전제로 남북단일팀 구성과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 등을 제안했다.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10년 만에 방한해 시선을 모은 이 대회에서 WTF와 ITF는 시범단 교차 방문에 합의하고 평창올림픽·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합동 시범 공연도 구두로 합의하는 등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체육 교류에서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보인 셈이다.

6월30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폐막식 후에도 한국을 떠나지 않고 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바흐 위원장은 독일 출신으로 과거 냉전 시대 조국이 동·서독으로 나뉜 분단의 비애를 잘 아는 인사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떠올리며 ‘북한이 동의하면 나는 무엇이든 동의한다’던 김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북한을 설득해 북한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참가와 역사적인 남북한 동시 입장이라는 성과를 이룬 점을 거론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평창 평화올림픽을 염원하는 상황에서 IOC를 대표해 이번에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IOC가 북한 선수들에게 종목별 와일드카드를 배정해 이들이 평창에서 기량을 겨룰 수 있도록 배려하고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앞장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유도하는 방법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이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은 남북단일팀 구성보다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초점을 맞춰 협력기로 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길 남과 북, IOC 간 삼각 대화 채널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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