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이 캄캄했던 터널을 벗어나는 모양새다.1980년대 건조된 노후 유조선의 교체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힙입어 한국의 조선업이 수주점유율 세계 1위를 탈환했다. 2012년 중국에 1위를 내준 이후 5년만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1월~6월28일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25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의 점유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4%다. 조선업계가 한마음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불황을 견뎌온 덕택이다.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선전했으나 역시 맏형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선두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3사는 올 상반기에만 72척(42억달러)을 수주했다. 올 한해 수주 목표액(75억달러)의 56%를 달성했다. 지역경제 침체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울산으로서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13척(48억달러), 대우조선은 7척(7억7000만달러)을 수주했다. 6월말 중국이 대량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상반기 최종 순위에는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올해 하반기 수주 전망을 분석해보면 우리나라의 1위 탈환은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수주시간차를 감안하면 올해는 조선업 경기 회복의 고비가 될 것이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후 실질적으로 건조에 들어가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조선경기회복을 향한 막바지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공공발주 약속 이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노후 관공선·연안여객선의 친환경 선박 교체, 선박펀드를 활용한 발주, 노후 상선의 신조(新造) 교체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경쟁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공약이기도 한 국립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의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그에 앞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노사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발끈을 조여매는 일이다. 본사를 울산에 둔 현대중공업은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업이다. 400여개 조선기자재업체들까지 합치면 조선업과 관련된 주민이 울산전체 인구의 20%인 20만명이나 된다. 울산의 과거이자 현재인 조선업이 반드시 울산의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이 될수 있도록 노사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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