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이 시대적 소명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내년에 개헌할 때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을 넣겠다”고 밝혔다. 분권의 범위에 대해서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헌내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그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현장경험을 토대로 한 자치단체장들의 구체적 방향 제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4일 부산에서 열린 지역분권포럼에서 김기현 울산시장은 발제를 통해 지방분권의 쟁점은 개헌안 마련과 지방재정확충이라고 강조했다. 법조인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김시장의 경력은 누구보다 지방분권의 실현 방법과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시도지사협의회 산하의 지방분권특별위원회 5기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시장은 이날 발제문에서 가장 먼저 “헌법 전문과 총강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지방의 명칭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로 변경해야 한다”고 개헌안을 제시했다. 헌법의 이념과 원리 등을 규정하는 전문에 분권국가를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지방정부’라는 명칭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법률적 용어라는 이유로 ‘자치단체’라는 명칭을 널리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단체’라는 단어가 주는 혼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는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무리’라는 의미로 매우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다. 정명(正名)은 만사의 출발점이라 했다. 하루빨리 지방정부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시장은 개헌의 범위에 대해서는 “자치입법권의 확대와 자치조직권과 자주재정권의 헌법적 보장과 지방소비세 규모 확대, 지방소득세율 인상 등의 지방세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지 22년이나 됐음에도 ‘2할 자치’로 평가되고 있다. 권한도 재정도 20% 밖에 안된다는 의미다. 특히 세제개혁은 시급하고 절실하다. 재정부담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현실과 특성을 무시하는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매칭은 지방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국제화·정보화·지방화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특성을 바탕으로 한 지방정부가 빠르게 정보를 흡수해 세계적인 도시들과 나란히 경제·사회활동을 수행할 때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방분권 개헌은 시대정신일 뿐 아니라 한계에 봉착한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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