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선진국 영국의 아파트화재 보며
완벽한 화재방지는 어렵다는걸 절감
건물 설계단계서부터 소방대책 필요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지난 6월14일 새벽 1시께 안전선진국인 영국의 런던에서 공공임대아파트 24층 그렌펠 타워 화재로 8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초 화재 발생 가구에서 초기소화가 없었고, 소방서 신고도 늦었다. 화재경보기 또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본 소화설비인 스크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건물의 승강계단은 하나뿐이었다. 1974년 준공된 노후건물을 2016년 리모델링하면서 폴리에칠렌이 함유된 외장재를 사용했기에 불과 1시간 만에 건물전체가 모두 타버렸다. 결코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안전후진국인데도 건물의 초고층화·복합화 추세로,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건물의 소방안전관리를 내실화하기 위해 소방법규 준수와 화재위험성 평가가 핵심적 수단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건축법’과 ‘소방시설법’에 의거, 마감재는 준불연재료 이상을 사용하고 규정된 소방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외장재는 내화성상을 갖추고 지속적인 연소를 방지하기 위해 내화·방화 구조로 하며, 내장재도 불연성, 단열성이 우수한 무기질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 구조적 방화조치, 즉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가 다른 곳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물 자체를 서로 분리된 공간으로 층별, 용도별, 면적별 분할·구획해야 한다.

소방시설은 첫째 소화설비 측면에서 연면적 33㎡ 이상 모든 층에는 소화기를, 모든 층 주방에는 자동소화장치를, 연면적 3000㎡ 이상이거나 층수가 4층 이상인 것 중 바닥면적이 600㎡ 이상인 층이 있는 것은 모든 층에 옥내소화전설비를, 층수가 11층 이상인 모든 층에는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둘째 경보설비 측면에서, 연면적 3500㎡ 이상이거나 지하층을 제외한 층수가 11층 이상 또는 지하층의 층수가 3층 이상인 경우 비상방송설비를, 연면적 1000㎡ 이상일 때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셋째 피난설비 측면에서, 모든 아파트 층에는 유도등설비를, 3층 이상 10층 이하의 층에는 피난기구를 설치해야 하고, 넷째 소화활동설비 측면에서 부설된 특별피난계단에는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화재위험성평가는 ‘소방시설 등의 성능위주설계 방법 및 기준(국민안전처 고시)’에 의거, 미국소방기술사회(SFPE)의 시뮬레이터 등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다음과 같이 실시한다. 첫째 최악의 화재 시나리오를 3개 이상 선정하고, 둘째 화재확산 시뮬레이션으로 화재의 성장과정과 발생한 연기의 확산현상을 예측하고, 셋째 피난 시뮬레이션으로 대피시 신체적, 심리적, 경험적 조건을 부여하여 개인별 대피특성을 분석한다. 넷째 이 시뮬레이션 결과들을 활용해 소방시설, 피난방법, 마감재 등을 최적화한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있어서도 건물 화재를 완벽하게 방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설계단계에서 체계적인 소방안전대책을 반영해야 하고, 기존 건물에 대해서도 소방시설의 점검·보수·유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유사시 대비 피난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임대아파트와 같은 노후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공공기관은 소방안전관리에 모범이 돼야 한다. 만일 건물에 작은 화재라도 발생하면 잠재적 심각한 사고이므로 선 조치 후 유사·동종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근본원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 돼야 한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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