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모릅니다”

조건만남을 미끼로 돈만 받아 챙긴 사기단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무려 95%에 달하는 남성들이 경찰의 피해 확인요청을 거부하며 한 말이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5일 사기단의 현금 전달책을 맡은 30대 예비부부를 구속하면서 전체 피해 규모가 9억 4000만 원이고 피해자는 7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확인해준 사람은 3억 1000만 원을 뜯긴 37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초 사기단이 사용한 15개 은행계좌를 역추적해 입금자 700여 명의 명단과 연락처를 입수,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피해신고를 요청했다.

전체 피해 남성의 95%가량인 660여 명 가운데 대다수는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또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남성들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대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부 피해자는 “누가 제 이름을 도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돈을 보낸 일은 없다”고 시치미를 떼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렇게 피해자 조사에 응하지 않은 남성들이 떼인 돈은 6억 30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00만 원에 이른다.

소액 피해자도 있지만 수백만 원을 날린 남성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개월가량 피해신고를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거나 확인요청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피해자에게 진술을 강요할 수는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 남성들이 조건만남을 시도했었다는 사실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질 것을 우려해 조사를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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