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면 몸 속 어딘가에서 낙타의 울음소리 들린다 게르 앞에서 나는
무릎 끓고 비밀스런 의식을,

제단에 올릴 수 있는 건 마두금 연주뿐이므로
향은 노을빛이었다

예복을 걸쳐 입은 옥빛 바람
당상집례로 홀기를 읽는다

-중략-

달빛 편지라도 띄울 때면
초원은 살아 선한 눈빛으로 내게 안길까.

웅얼웅얼 울음통이 되어버린 사막
짙은 눈썹 사이로 홍예는 아스름 피어 오르고

▲ 엄계옥 시인

그 소리는 어떤 계시를 내포하고 있을까. 사울왕을 치유한 다윗의 하프 연주가 그러했을까. 산고의 고통 때문에 갓 낳은 새끼를 거부한 어미낙타. 독수리, 늑대가 오기 전에 새끼를 낳은 장소에서 떠나야 한다. 보다 못한 낙타 주인은 마두금을 연주하는 노인을 데려온다. 어미낙타는 두 줄기 말꼬리로 만든, 마두금 연주를 듣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새끼를 받아들인다.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주술적 얘기가 낙타들 사이를 떠돌고 있으니, 이 시는 그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우주의 뱃속을 떠나 길을 잃고 부유중인 설음을 주술적 행위를 빌어 발화하고 있다. 시와 설음은 한통속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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