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국립합창단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공연 수준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활동에도 비중을 둔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연주의 수준과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며 순회 공연을 통해 전국 곳곳의 청중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주에도 부산시립합창단과 함께 부산문화회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처음 가진 국립합창단과 부산시립합창단의 합동연주회는 단원들에게도 크게 만족감을 주었다. 마음을 열고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함께하는 연주가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엔 거창문화예술회관에서 연주했다. 국립합창단이 거창을 찾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거창은 작은 도시로서 문화의 불모지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농민합창단’을 비롯한 8개의 합창단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국립합창단 공연 티켓이 인터넷에서 오픈되자 5분 만에 전석매진을 기록했다는 거창문화재단 관계자의 자랑스러운 비명을 들었다.

서울에서 멀리 있는 지역이라서 막연하게 문화인구가 많지 않을 거라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올해 초 발족된 거창문화재단의 역할이 지역문화 활성화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엔 군산 예술의전당에서 연주를 하게 됐다. 국립합창단과 부산시립, 전주시립합창단이 다함께 군산에 모여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보다 더 큰 규모의 멋진 음악회를 할 수 있었다. 군산 예술의전당은 음향도 좋고 관리도 잘 돼 있어 연주하기에 매우 편했다. 군산시민들도 좋은 공연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 연주회는 군산시민들은 물론 합창관계자들이나 연주자들도 정말 크게 감동했다. 특히 연주자들은 자신의 감동이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되었다는 흥분과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번 순회연주회를 통해 서울에 편중되기 쉬운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수준을 그대로 각 지역으로 전달하는 것도 국립합창단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각 지역에 있는 연주단체들과의 협연을 통해 최고의 연주를 하면서 우리나라 합창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디어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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