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신고리 5·6호기 건설 논란이 뜨겁다. 지난 6월19일 고리1호기 퇴역식에서 선언된 탈핵 정책의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시민 공론화 절차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한다. 탈핵의 상징적 실천인 신고리 5·6 건설 중단이 2조원에 육박하는 매몰 비용과 전력 수급대책 및 무엇보다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역에 미치는 파급이 간단치 않아, 사회적 합의의 방법으로 내세운 방안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계속 추진 여부는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하고 공론화위원회는 이해관계자나 에너지분야 관계자가 아닌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해서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할 수 있도록 공론화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론화를 통한 여론조사 또는 의사결정은 1988년 스탠포드 대학의 피쉬킨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정책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여론조사의 함정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즉, 여론조사가 단편적인 정보에 기초한 일반인의 의견 분포를 나타내어 기술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복잡한 갈등 요소에 대해서는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을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배심원단을 대상으로 충분한 정보제공과 갈등 요소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배심원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다.

피쉬킨 교수에 의하면 공론화 여론수렴은 일반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효과적 방법이기는하나 위기대응과 같은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한 경우는 적합하지 않고, 일반대중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현안이나 선택 가능한 정책의 장단점을 비교하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공론화여론 수렴의 성공 요인으로는 충분하고 균형된 정보가 시민배심원단에게 제공되어야 하고, 시민배심원단이 이를 의사결정에 확신을 갖고 사용할 수 있도록 숙지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신고리5·6호기 건설 계속여부에 대한 공론화여론수렴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속 여부는 공론화여론수렴에 적합한 주제가 아니다. 공론화여론수렴은 장기적인 정책방향제시와 시민의 참여를 통하여 국가 중요사업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국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고, 정책을 결정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신고리 5·6호기를 공론화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적법하게 추진되온 사업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법적 절차의 신뢰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공론화여론수렴과정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특히, 쟁점사항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지로 얻게되는 지역의 안전성 증진 정도, 반면에 건설 중단으로 인한으로 경제적 손실을 3개월의 시한에 시민배심원단이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에 의한 원전의 안전성 심사에도 통상 2년이 걸린다.

셋째,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속여부는 그 결정에 따라 이해관계가 즉각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다. 이러한 사안에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은 배심원단의 심리적 압박감을 생각할 때, 정부가 의도한 편견 없는 시민집단을 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설여부에 대한 결정은 어찌되었건 정부가 정하고, 공론화여론수렴은 미래에너지정책을 물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를 공론화여론수렴에 붙이겠다면, 시민배심원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의견이어야 한다.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진행되었으니, 이는 이미 지역사업이고 지역의 의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예시로 제시한 독일의 사용후연료 처분장 선정 공론화 과정도 후보지역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2013~2015년 운영한 사용후연료공론화 위원회에서도 원전소재지역특별위원회를 두어서 원전소재지의 의견을 들었다. 그만큼 원자력발전은 지역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일례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공론화 추진을 발표할 때에 정부는 지역과 밀접한 이슈라고 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지역사회의 합의’ 없이는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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