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천황산 사자봉(밀양 얼음골) - 기암괴석·협곡·얼음골에 케이블카까지

▲ 천황산(사자봉)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베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일자(一)로 길게 늘어서 있다.

보물 1213호 석불좌상 품고있는 ‘천황사’
더위 식혀주는 찬바람…자연의 신비 ‘얼음골’
가마솥 걸어놓은 형상의 ‘암·수 가마불폭포’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풍경 한눈에 ‘케이블카’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 끊이지 않는 이유

영남알프스의 모든 산을 등반했다 하더라도 천황산(사자봉) 북쪽 기슭을 가보지 않았다면 영남알프스를 논(論)하지말라는 말이 있다. 기암괴석과 수십 길의 낭떠러지, 폭포, 봄철이면 진달래, 철쭉꽃으로 만산홍을 이루고, 가을이면 억새평원이 물결치듯 출렁인다.

얼음골에서 천황산으로 오르는 대표적 등산로는 3곳이다. 얼음골을 기준으로 왼쪽 닭벼슬능선과 중앙 가마불능선(일명 얼음골 용아장성 A), 오른쪽 용아B능선이다. 이번 산행기에서는 그 중 얼음골 중앙 가마불능선 코스를 소개한다. 3개의 등산로 중 가장 힘든 곳이다.

산행은 얼음골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얼음골로 향하는 다리를 지나면 얼음골 안내표지판과 결빙지 400m, 가마불폭포 450m, 천황사 2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 곳을 지나면 약간의 오름길이 이어지고 매표소를 지나면 시원한 바람은 낯선 이방인을 배웅하려 나온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조금 뒤 천황사 입구에 도착한다.

▲ 얼음골의 수

천황사(天皇寺)는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산85-8번지에 있는 작은 절로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측되는 석불좌상(보물1213호)이 법당 안에 모셔져 있다. 천황사를 둘러본 뒤 절을 빠져나오면 왼쪽은 가마불협곡과 연결되고, 오른쪽은 얼음골(氷谷)을 경유 가마불폭포와 이어진다. 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100m정도 올라가면 보호철책으로 둘러쳐진 결빙지(結氷地)가 나온다. 이곳이 얼음골(氷谷)이다.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은 경사가 60도에 이르는 돌밭 가운데 위치한다. 규모는 약 9000평 정도. 한여름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손을 담그면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결빙지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곳곳에서 찬바람이 불어져 나오고 철망사이로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도 관측이 된다. 정말 신기한 현상이다. 이곳에서 맞은편 백운산의 백호바위와 그 뒤로 운문산도 조망된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한참을 서성이다가 왼쪽 가마불폭포로 향한다. 가마불폭포는 결빙지에서 240여m 떨어진 계곡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얼음골에서 동쪽으로 240m 거리에 있는 가마불협곡은 암가마불폭포와 숫가마불폭포가 있다. 산 과 산 사이에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폭포를 만들어 내는데 가마부리소(釜幅沼, 부폭소)라고 하며 우뚝 솟은 거대한 절벽이 태곳적부터 흘러내린 계곡물에 의해 두터운 암반이 깎여나가 계곡이 마치 가마솥을 걸어놓은 듯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마불폭포는 인접하여 좌우측에 두 개가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어느 것이 암가마불폭포이고 숫가마불폭포인지 모른다.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암가마불폭포는 계곡 깊숙이 숨겨져 있어 처음 폭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 형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폭포의 형태가 마치 나선형모양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 얼음골의 암가마불폭포.

그 모습이 마치 수줍은 여인이 부끄러워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숫가마불폭포는 높이가 10여 m의 직폭으로 그 모습이 온전히 노출되어 여름철 비가 많이 온 뒤 그 위용을 드러내며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남성이 유쾌하게 웃는 모습처럼 보인다.

가마불폭포를 둘러본 뒤 다시 얼름골 방향으로 30m쯤 뒤돌아 나오면 나무계단 옆으로 가마불능선의 초입(들머리)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다. 협곡 좌우로 감싸고 있는 능선을 용(龍)의 이빨에 비유하여 ‘용아 A, B’로 불린다. 설악산의 용아장성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험준한 산새와 빼어난 경치는 영남알프스의 산군에서 험하기로 으뜸으로 손꼽는다.

가파른 오름길과 너들지대로 조심하면서 오르다보면 뒤로는 얼음골주차장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밀양 남명리마을의 아름다운 모습과 오른쪽의 용아B능선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느껴진다. 또한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돌리면 백운산의 백호바위 모습이 산행 내내 이어지고 그 너머로 운문산과 가지산의 모습과 얼음골 케이블카 모습도 보인다.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하는 등 험로로 이어지지만 산길이 뚜렷하여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이 구간 중 가장 조심을 요하는 구간은 옛날 청룡이 살았다는 청룡대를 오르는 구간일 것 같다. 청룡대에 서면 맞은편의 가지산, 운문산 및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왼쪽의 닭벼슬능선의 얼음골케이블카가 한눈에 조망되고, 오른쪽은 구천구백계단의 빚더미 계곡은 마치 운무 속에 잠겨져있는 모습이다.

주변의 경관을 살피며 오른 지 1시간 30여분.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과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중간지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왼쪽은 케이불카를 이용하는 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하늘정원’(해발 1100m)이라 불리는 녹산대이고, 오른쪽은 샘물상회와 천황산이 이어지는 주 능선길이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민가 한 채가 보이는데 산 꾼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샘물상회다. 이곳에서 식수보충과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으며, 천황산과 재약산, 표충사, 얼음골을 산행하려면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샘물상회 오른쪽에는 청황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서 있다. 천황산(사자봉) 1.8㎞, 능동산 4.1㎞, 천황재 2.8㎞.

천황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가을을 기다리는 사자평의 억새평원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천황산과 재약산의 웅자(雄姿)가 눈앞에 서 있다. 이제부터 산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억새와 중간 중간 잡목사이로 광활한 사자평 초원이 바라다 보이고 영남알프의 산군(山群)도 조망된다. 1100m봉 능선 분기점을 지나 250m정도 더 가면 천황산(사자봉(1189m) 정상에 오른다. 얼음골 주차장에서 출발한 지 약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천황산(사자봉)은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과 산내면 남명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정상부근은 거대한 암벽을 형성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산세는 완만하고 부드럽다. 사자봉은 그 기상이 마치 사자처럼 힘차고 늠름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일제 때에는 천황산(天皇山)이라 불렀고, 아직도 국토정보지리원 5만분의1 지형도에는 천황산이라 표기 되어있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정상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는 배내봉에서 이어지는 간월산과 신불산이 자웅을 겨루는 듯 우둑 솟아 있고, 영축산에서 이어지는 영축지맥이 마치 날일(一)자를 펼쳐놓은 듯 길게 이어진다. 또한 서쪽으로는 운문산과 백운산, 구천산, 멀리화악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남쪽으로는 향로산, 금오산, 천태산, 구천산, 만어산이 조망되고, 북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진산과 고헌산, 능동산, 석남터널, 멀리는 경주 단석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이렇듯 천황산(사자봉)은 영남알프스의 중심에 위치해있어 변화무상한 기암괴석과 협곡,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과 최근에 설치한 얼음골 케이블카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눈이 시리도록 사방팔방을 둘러본 뒤 하산길을 재촉해본다. 가지고 온 차가 없다면 여러 다양한 곳으로 길이 열려있다. 표충사 4.8㎞, 얼음골 3.3㎞, 재약산 2.0㎞, 사자평 1.0㎞, 한계암 3.0㎞, 얼음골케이블카 2.0㎞이다. 산객들은 주로 표충사 방면으로나 주암계곡 방면을 주로 이용한다. 시간과 체력이 허용한다면 표충사 방면 한계암 방면으로나 얼음골방면으로 하산을 권하고 싶다.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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