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은 한국토지공사(LH)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울산혁신도시 조성과정에서 부실시공 논란을 야기, 숱한 잡음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명품신도시를 기대했던 시민적 염원과는 달리 차로 선형 불량, 보강토 옹벽 배부름 현상, 자전거 도로와 보도의 높이 차이 등 수많은 하자로 실망감을 안겼다.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보수문제 해결도 매끄럽지 못했다. 성공적 완공을 위한 최선의 노력보다는 마치 골치 아픈 짐을 떠넘기기라도 하듯 서둘러 준공처리한 뒤 울산시와 중구청에 혁신도시 인계를 일방 통보,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산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로 인해 우정·태화시장 일원이 입은 수해피해의 진원지로 혁신도시 부실조성이 지목되면서 LH를 향한 시민적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울산시와 중구청도 부실하게 시공된 공원과 도로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인수를 거부, LH가 공공시설물을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인계할 수 없도록 관련법 개정까지 촉구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혁신도시는 중구 우정동 일원 298만㎡ 10개 공공기관과 주택 7280가구가 입주하는 기반시설 조성 사업으로, LH가 2007년 착공했다. 애초 2015년 6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일부 부실과 민원 등으로 두 차례나 연기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준공승인을 받았지만 울산시와 중구청의 시설물 인수 거부로 울산혁신도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울산시 중구 약사동 기상대 인근의 다목적 운동장이 갑작스럽게 폐쇄됐다. LH가 공사비 12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 2015년 7월 공사를 마친 곳으로, 인조잔디에다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학교 방과후 스포츠클럽 학생들과 축구·야구 동호인들이 사용해 왔지만 최근 LH가 관리상 어려움을 이유로 입구를 펜스로 막은 것이다. 그 바탕에는 울산시와의 시설물 인수인계 갈등이 있다. “법적으로 혁신도시 준공이 난 상태로, 울산시가 인수를 받지 않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운동장 시설물 관리를 해 왔지만 운동장을 쓰는 동호인 등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더 이상 관리가 되지 않아 궁여지책 끝에 펜스를 치게 됐다”고 밝힌 LH 관계자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시설이용 불편에 따른 시민 원성을 시설물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지자체에 돌리려는 의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무언가 석연찮은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괜한 오해를 자초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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