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태화시장 ‘할머니 손칼국시’ 김문자·권선미씨 모녀

▲ 울산 중구 태화동에서 30년째 ‘할머니 손칼국시’를 운영하고 있는 김문자씨(왼쪽)와 딸 권선미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무렵 오픈
30년째 한자리서 손님 맞아
6년 전부터 딸과 함께 운영
주변식당보다 20~30% 저렴
2011년 착한가격업소 지정

울산 중구 태화동에서 30년째 한식당 ‘할머니 손칼국시’를 운영하고 있는 김문자(77)·권선미(40)씨는 모녀사이다. 남편을 일찍 사별한 어머니 김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릴 무렵 태화시장에서 국수가게를 열었고, 6년 전부터 딸 권씨가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중구청 담당자의 추천으로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처음에는 부산의 부전시장에서 5년여간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자녀 둘을 키웠다. 그러다 울산으로 이사와 당시 새롭게 건물을 짓고 단장한 태화시장에서 국수집을 열었다.시외버스터미널이 삼산동으로 옮겨가고 주택가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태화시장 규모도 커졌고, 가게 운영도 잘됐다.

어머니 김씨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지만, 고령으로 혼자 일하기엔 벅찼다. 그러던 중 딸 권씨가 가게일을 돕겠다고 하면서 사업 파트너가 됐다.

권씨는 “결혼 후 아이가 조금 크고 나니 연세 많으신 엄마를 도와드리면 조금이라도 힘들지 않고 일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게를 돕게 됐다”고 말했다.

딸 권씨는 음식점을 처음 하다보니 서툰점도 많았다. 그렇게 어머니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요리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지금은 한꺼번에 대여섯 테이블의 주문이 들어와도 혼자 척척 해낼 정도라고 한다.

모녀의 가게는 간판은 국수집이지만 차림표를 보면 여느 한식당 못지않게 다양하다. 딸과 함께 운영하게 되면서 평소 어머니가 단골손님에게만 내던 음식들을 메뉴로 추가했다. 국수, 비빔밥부터, 찌개, 구이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도 주변 식당보다 20~30% 저렴하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30~40명, 장날에는 100~120명이 모녀의 가게를 찾는다.

권씨는 “한자리에서 30년 넘게 운영한데다 가격도 저렴하다보니 단골 손님이 많다. 6년 전부터 메뉴를 많이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차바’가 태화시장을 강타하면서 시장건물 1층에 위치한 모녀의 식당도 큰 손해를 입었다. 텔레비전 한 대와 선풍기 두 대를 빼놓고는 모두 빗물에 쓸려가거나 젖어 망가졌다.

권씨는 “한달여간 가게를 정리하느라 영업도 못한데다 인테리어 비용에 집기들까지 새로 들이면서 손해가 컸다”면서 “눈물날 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엄마가 30년간 해오시던 가게를 접을 수 없어 다시 재기했다”고 말했다.

얼마전부터 30년간 가게를 지켜온 김씨의 건강이 나빠져 바쁜 저녁시간에 나와 딸을 돕고 있다.

권씨는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손님이 크게 줄어 힘들때도 있지만, “맛있다”고 말하는 손님들 때문에 고맙고 즐겁다”면서 “앞으로도 엄마를 도와 가게를 잘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