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KTX역 회의실에서 원전해체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원전해체기술연구소 설립을 위한 실무적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울산시, 부산시, 경북도 3개 자치단체가 연구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해체기술연구소를 동남권에 두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 3개 자치단체의 원전해체기술연구소 유치경쟁은 2라운드라 할 수 있다. 2014년 10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원전해체센터 입지 공모를 실시했다. 당시 계획은 2019년까지 1473억원을 들여 7550㎡ 규모의 원전해체센터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울산, 부산, 경북은 당시 공모에 참여했던 자치단체다. 우리나라 원전이 밀집돼 있는 도시인 이들 3개 시·도는 보상차원의 기대심리를 갖고 주민 서명운동까지 벌이면서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미래창조과학부는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 사업추진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없던 일로 해버렸다. 공연히 행정력만 낭비한 것이다.

산업부는 아직 원전해체기술연구소의 규모와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 윤곽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전문가와 지역의견을 수렴해 추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혹여 지난번처럼 번복될리야 없겠지만 시일을 끌어 또다시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과열 경쟁으로 지역간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있는 2라운드인만큼 가능한한 빠른 결정을 해야 한다.

울산시는 에너지융합일반산업단지 내 3만3000㎡의 부지 무상제공을 내세우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해말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됐으며 올해 3월 원전해체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 연구센터도 개소했다. 또한 울산에는 석유화학·플랜트 등 원전해체 기술 관련 기업이 1000개 이상 소재하고 있다. 원전해체기술연구소 설립의 필수조건인 기술 역량과 산업 인프라가 전국 최고수준이라 할만하다. 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고리1호기나 핵폐기물처리시설인 방폐장이 있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장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체에 필요한 58개 상용화 기술 가운데 현재 41개를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17개 미확보 기술을 2021년까지 모두 개발하겠다는 것이 산자부의 계획이다. 우리 기술로 고리1호기 해체는 물론이고 5년 후면 1000조원에 이른다는 세계 원전해체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2050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해체해야 하는 원전이 420기에 이른다고 한다. 원전해체연구소의 입지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검토돼야 하는 것이 바로 기술력과 산업화 역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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