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양성평등시대를 열다(4·끝)지역사회발전은 성평등으로부터

 

양성평등 행사는 여성만이 아닌
모두가 행복한 사회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의 과제임 알리는 기회
울산, 2곳서 가족친화마을 실시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 진행중
중구 지난해 여성친화도시 시작

지난 4일 울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양성평등주간 울산 기념식에는 600여 명의 내빈과 시민이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하지만 참가자의 99%는 여성이었다. 김기현 시장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과 일부 시의원이 남성일 뿐 대부분은 여성인사, 여성운동가, 여성단체 회원으로만 채워진 것이다.

일부에서 “여자들만 모여서 어떻게 양성평등이 되겠느냐”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년에는 의무적으로라도 남자들을 참여시키자” “양성평등에 공이 있는 남성에게 표창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무대에 오른 인사들은 인삿말과 축사에서 “양성평등이 여성만의 문제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전국의 시도 지자체들이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울산과 비슷한 분위기다. 예전보다 나아졌으나 지역사회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 중에는 막중한 사회적 역할이나 지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양성평등 행사를 여성단체 행사로만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가 정한 양성평등주간(매년 7월1~7일)은 이같은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고 한발 더 나아가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임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캠페인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창출을 국정 최대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민관합동 ‘좋은 여성일자리 늘리기 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노동시장 약자인 여성의 일자리 전반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과 여성새로일하기센터(울산의 경우 울산여성회관과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운영 중)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정부는 또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지역현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어느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 여가부가 전국 지자체의 위원회(1만6321개) 성비를 조사해 보니, 여성참여율이 32.3%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2%p 상승한 수치다. 울산은 전체 411개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4564명 전체 위원 중 여성 위원이 1444명을 차지했다. 전국 평균에 조금 못미치는 31.6% 수준이다. 순위로는 16개 시도 중 중간단계였지만 상승폭에 있어서는 2015년도 28.6%에 비해 1년 만에 3%p가 올라 지속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40%를 넘은 광역단체는 서울(40.3%)뿐이었고 대전(39.7%), 제주(36.7%), 부산(35.9%)이 뒤를 이었다.

울산에서는 중구 유곡동 e편한세상과 북구 신천동 엠코타운 2개 아파트단지에서 지나 2015년부터 가족친화마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가족친화마을’은 양성평등의 선결조건인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아동양육 및 가족 돌봄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분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업이다. 두 곳에서는 공동 육아 방과후 수업과 작은 도서관 운영 등 이웃들이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울산시와 울산 북구가 나란히 여가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기관 평가’를 통해 가족친화인증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9년전부터 전국의 기초단위에서 ‘여성친화도시’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울산에서는 지난 해 처음으로 중구가 이 사업을 시작했다. 가족친화와 마찬가지로 이 사업의 주요 골자도 일·가정양립지원이 우선이다. 여성이 안전하고 편안한 도시공간을 조성하고 성평등 가치로 도시를 리모델링하며,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지역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친화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제언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공공정책이 양성평등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어느 일부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폭넓게 이뤄진다. 그 동안은 대표적 사회적 약자인 여성지원 분야가 부각됐을 뿐이다. 양성평등은 도시발전을 위한 인적 베이스에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는 절호의 기회다. 미래를 위해 가정과 직장, 학교 등 사회전반으로 양성평등이 확산되도록 도시민 전체가 이에 공감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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