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직 인사와 관련한 자격논란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주장이라 공허
피아식별에 따라 기준이 흔들려서야

▲ 최건 변호사

문재인 정부는 각 부처 장관 후보자 및 청와대 비서관들을 수일 간격으로 지명했다. 현 정부 관계자들은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임명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5대 인사원칙’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발표 및 공약과 달리 지명된 후보자 대부분은 여러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상당수는 ‘위장전입’ ‘음주운전’ ‘사문서위조’ 등의 여러 비위를 갖고 있고, 일부는 반발 속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 동안 인선된 인사들을 보면 5대 인사원칙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연히 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현 정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논란이 있는 후보자들은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은 임명을 철회하라고 한다. 반면 여당은 국민의 눈에 맞는 개혁 인사라면서 환영한다고만 하면서 야당의 주장은 단순한 ‘국정 발목잡기’라며 일축한다. 동일한 인사를 두고 평가는 정반대인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거나 인선과 관련한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26일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와 낡은 기준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 수 있는 기준을 세우자”며 야당은 조속히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새로운 주장도 아니다. 10여년 동안 청와대는 항상 논란이 있는 후보자가 지명되면 인사청문회를 개선하고 인선의 기준을 세우자고 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모 교수는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면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다.” “위장전입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 없거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느 주장이 옳은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우선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후보자가 그 직을 수행하는데 적절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이지, 그 후보자의 인생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검증이 무력화, 형식화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과거의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자동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심각한 비위가 있는 자가 고위직으로 임명되는 것은 국민적 정서와도 배치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논란이 모두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이러한 주장과 행동이 소신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즉 찬성이든 반대든 철저하게 정략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지금의 여당은 현 야당의 행태를, 현 야당은 현 여당의 행태를 그대로 밟았다. 또한 음주운전과 위장전입 전력 후보자는 임명되어서는 안된다고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현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교수이다. 그는 수년 전 위와 같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과거 정부의 인사를 비판한 전력도 있다.

짐작컨대 현 정치권 및 청와대 관계자은 우리 편이 임명하면 ‘착한 임명’이고 다른 편이 임명하면 ‘나쁜 임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때의 주장이 맞다면 지금의 주장은 틀린 것이고, 지금의 주장이 맞다면 그때의 주장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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