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사회부 양산본부장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면서 누적된 불만과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해 발생하는 분노 조절 장애 범죄. ‘욱’ 하고 치밀어 오르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두르는 분노 조절 장애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것 같아 씁쓸함이 더해진다.

자신의 분노를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 터뜨려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간폭탄’ 범죄가 건전한 가정과 사회적 약자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재발방지 차원의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2015년 발생한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723건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이 있는 경우가 41.3%(14만8035건)나 된다. 또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중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이 원인인 범죄도 41.3%(403건)에 달했다. 이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못해 ‘욱’하고 저지른 범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6월8일 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추락 사망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은 아파트 외벽 작업을 하던 김모(46)씨의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주민 서모(41)씨가 홧김에 김씨가 의지하며 작업하던 밧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참변이었다. 숨진 김씨는 당시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과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 사건에 이어 충북 충주에서 홧김에 애꿎은 인터넷 수리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에서 ‘인간폭탄’ 범죄로 규정된다.

지난달 13일 발생한 대학교 폭발 사건 역시 분노 조절 장애에 속한다. A대 대학원생 김모(25)씨가 논문 작성과 관련, 여러 차례 질책을 한 교수에게 반감을 품어 교수 연구실 앞에 놓아뒀던 폭발물이 터지면서 해당 교수가 양손, 목, 얼굴 등에 1~2℃ 화상을 입었다.

‘분노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는 대부분 특유의 집착이나 정서적 불안 등으로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모른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 그만큼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도 서투르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화를 참지 못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두르거나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분노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흉포화하는 양상을 띠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했다.

이제 분노범죄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분노 조절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나서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개인의 문제로 넘겨 버릴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한편 분노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 사회안전망이 ‘분노’ 범죄 재발방지의 ‘해법’이기 때문이다.

김갑성 사회부 양산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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