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연 울산 남구의회 의원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지난달말 4박5일 일정으로 고려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러시아 동남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 도시를 다녀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조금 떨어진 빠루시에 위치한 아끼안스카야 지역의 희망의 닻(Nadezhdy) 복지시설을 방문했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많은 남자들이 전사했기 때문에 여성이 많아 초혼 연령이 우리나라보다 대체로 빠르다. 그래서 이혼율도 높고 몇 번씩 결혼하는 사람도 많아 아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나라다. 이곳에는 7살에서 17살까지 원생 120명과 교사와 직원 5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최대 6개월까지 입소 가능하다. 연해주에서 가장 크고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며, 반경 80㎞까지 살고 있는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이곳 시설만의 문화를 이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희망의 닻을 비롯해 모든 시설을 연해주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 기부금도 들어온다고 했고, 한국 기업인 기아 모터스도 도움주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 이런 시설이 많기 때문에 정부시설 운영자가 함께 의논해 정보교류를 하고 대학과도 연계해 운영,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 사례별로 한 명에게 집중치료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인성을 길러 준다고 했다. 최고 6개월까지 거주할 수 있고 일반 공교육도 받을 수 있으며,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아이들의 부모, 시설 교사, 학교 교사가 직접 시설을 방문해 아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의논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우리 일행은 시설로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니 7㏊인 숲속과 바로 연결돼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보이는 남자 아이들 세명이 교통경찰의 복장에 교통봉까지 들고 웃으며 안내했다. 현관 입구에서 입소 어린이로 구성된 합창단이 선생님의 오르간에 박자를 맞추며, 노래로 우리를 반겨 주니 초입부터 기분이 좋았다. 원장의 안내에 따라 13개동으로 돼있는 시설들을 꼼꼼하게 둘러보니 현대적이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20곳 정도 되는 공간이 아이들이 원하는 방에서 쉴 수 있었다. 치료실에는 의사가 상주하고 있었는데, 네 명의 아이들에게 물리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그림방에는 3명의 남자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세 명이 형제라고 했는데 마음이 조금은 아팠다. 그림 속에는 근육맨을 그린 것을 보니 힘이 강한 남자가 되고 싶은 모양이었다. 또 한곳은 할머니 선생님이 운동과 요가, 헬스, 스트레칭 지도를 하고 계셨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빵을 간식으로 우리에게 주었다. 러시아 인형을 직접 만들며 꿈을 키워가고 있었으며 아이들 작품이니 잘 간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선물로 줘서 고맙게 받아왔다.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돼 있고, 이곳 선생님들이 굉장한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느낌을 받았다.

울산에도 청소년 쉼터가 있다. 남구는 여학생들만 생활하는 단·중장기 두 곳이 운영되고 있고, 북구와 울주는 남학생을 수용하고 있다. 국·시·구비를 수탁법인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남구 쉼터의 경우 단기 10명, 중장기 10명이며, 9~24세까지 입소 가능하다. 단기는 3개월을 기본으로 하고 2회 연장이 가능하며 9개월이 지나도 귀가 안될 경우에는 3년까지 있을 수 있는 중장기쉼터로 옮겨서 생활할 수 있다. 국비가 50%이상 지방비로 운영해야 된다는 지침이 있는데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많이 준다. 국가나 시에서 지자체에 많은 부담을 줄여 줬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된 후 퇴학이 없으니 문제를 일으켜도 청소년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생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남한에 중2가 무서워 북한이 공격을 못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웃지 못할 중학교 교육을 꼬집는 풍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아이들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설환경은 따라 가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을 한다면 선생님들이 조금이라도 더 사명감을 가지고 한명씩 집중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정신적 치료까지 한다면 문제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줄어 들 것이라는 생각해 본다.

김미연 울산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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