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법률검토 “협력사 손실비용 부담 책임져야…정부 상대 ‘보상청구’는 어려워”

▲ 10일 오후 공사가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에 근로자들이 없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사회 결의해도 이사진은 책임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해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수원의 자체 법률검토 결과, 산업부의 요청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한수원은 13일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재소집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입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관련 법률 검토’ 자료(한수원 법무실 작성)에 따르면, 한수원 법무실은 ‘산업부 공문’의 법적 성격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원 법무실은 “산업부의 공문 내용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공론화 기간 중 일시중단할 수 있도록 한수원이 필요한 이행조치를 신속히 취해달라는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권고적 효력은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일시중단 요청이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한수원은 이런 요청이 위법은 아니더라도 법적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한수원 법무실은 ‘산업부 공문 이행’을 위한 내부 의사 결정 방법에 대해서는 “발전소 건설의 일시중단 여부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중요한 사항으로 상법상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사항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1인 주주인 한전에 대해서 그 의사를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 한수원 법무실의 법률검토 문서 일부 캡쳐./김정훈의원실 제공=연합뉴스

이사회는 한수원 노조가 “이사회 결의 시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서도 법률 자문을 구했다. 이에 한수원 법무실은 “이사회에서 결의하더라도 이사진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부 법률 검토 결과를 제시했다.

한수원 법무실은 “형사상 책임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로 공사 일시중단 결정을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이사 본인 또는 제삼자가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형사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민사상 책임과 관련해서는 “이사의 상법상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 성립 유무가 판단된다”며 “일시중단 결정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파급력, 공기업으로서의 지위 및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단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은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청구하거나 회사를 대신하여 소액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데, 한수원의 경우 한전이 1인 주주로서 현실적으로 소 제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 지난 1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앞에서 농성하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근로자들이 이날 새울본부를 방문한 자유한국당 원전특위 위원들에게 "임금 보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공 건설사 등 협력사에 대한 책임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한수원 법무팀도 손실 비용 부담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한수원 법무실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공사 일시중단을 할 경우 이는 인허가 취소 등과 같은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계약서에 따라 손실에 대한 비용 부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삼성물산 컨소시엄 및 협력업체들의 공사 일시중단에 따른 손실비용을 상호 협의를 통해 보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수원이 협력사에 보상한 비용을 향후 정부를 상대로 ‘보상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손실 보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내부 법률검토 결과가 나왔다.

한수원 법무실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 행정지도의 이행으로 인해 손실을 입는 경우 보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된다”면서도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공사 일시중단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손실 보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수원의 법률검토에서도 언급됐듯이 산업부 공문은 권고일뿐이며, 결정은 결국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향후 시공사 및 협력업체와의 보상문제, 소송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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