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그늘을 빚었다고
설핏 바람이 웅성거렸나
낙화 분분히 떠나간다

그늘이 빛을 따라갔다고
나뭇잎이 술렁거렸나
공원묘지 입구, 주검을 삼킨
목구멍에 울음이 새 나온다

-중략-

봄날, 우주로 한 생애를 보내는 길목엔
꽃그늘 있어 빛 그늘 드리우니
꽃잎 붐빈다 난다 내린다 축제 간다

▲ 엄계옥 시인

모든 비각은 한 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물과 불이, 기쁨과 슬픔이 하나다, 삶과 죽음 또한 그러하다. 태어나는 것도 봄이요, 죽는 것도 설움이 아니라 축제란다. 빛은 그늘을 그늘은 빛을 따라가는 순환 때문이라고. 시인은 ‘하늘공원’에 조문 갔다가 봄꽃이 핑그르르 춤추듯이 낙화하는 광경을 보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 한 듯하다. 겨울이 가야 봄 오듯, 다음 세대를 위해 ‘부고는 살아가는 일’ 삶을 긍정한 사람만이 죽음을 꽃의 난분분한 춤처럼 볼 수가 있다. 죽음이 삶의 일부이니 조화의 운행에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자고. 하늘공원에서 꽃구경 오라고 보낸 초청장이라 생각하라는 메시지. 우리 생이 어둠(죽음) 가운데서 잠깐 빛(삶)으로의 외출이니. 그 꽃잎 붐비고 날고 내리어 지는 것 또한 목숨들의 순리인 것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