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반응과 우울증
극도의 슬픔·불면·식욕저하 등
초기엔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
시간 지나면서 강도 감소 차이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 개인적 편차
상실감 받아들이고 감정 표현해야
주변의 격려와 지지·위로도 중요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 당연한 일이며 누구나 동의할 일이지만, 실제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특히 상실의 대상이 가족, 친구와 같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단순히 안타까운 마음 이상의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서적 고통은 꼭 누군가의 죽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정든 집에서 이사를 하거나,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장성한 자녀를 떠나보내는 등의 중요한 대상을 상실하였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애도반응이라 한다.
◇애도반응과 우울증의 증상 유사해
애도반응에서 나타나는 상태는 우울증의 증상들과 아주 유사하다. 주요우울 삽화(주요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극도의 슬픔, 불면,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상실에 대한 반추 등의 증상도 애도반응에서 나타나는 그것과 유사하다.
애도반응을 거치고 있는 사람의 상실경험을 모른 채 그 사람의 단면만을 본다면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 있어서 애도반응과 주요우울 삽화는 조금 차이가 있다.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애도반응에서 주로 나타나는 정서가 공허감이나 상실의 느낌이라면 주요우울 삽화에서 나타나는 정서는 재미나 행복감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없는 상태가 특징”이라며 “이러한 정서 상태는 애도반응일 경우 시간에 따라서 강도가 감소하며, 상실의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우울 삽화에서는 우울감이 상실의 경험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일반적인 양상을 보인다. 애도반응과 주요우울 삽화 모두에서 부정적인 반추사고가 나타날 수 있지만, 애도반응에서는 주로 죽은 이와 관련된 기억에 집중돼 있다. 주요우울 삽화는 자기 비판적이거나 비관적인 반추 사고가 나타난다.
최 전문의는 “두 상태 모두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동반하지만, 애도반응은 좀 더 사망한 사람에 대해 잘 해주지 못했던 것과 같은 내용들이 주된 주제다”며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로 애도반응에서는 사망한 사람을 따라 죽겠다는 의도가 더 분명하고, 주요우울 삽화에서는 인생의 무가치감, 우울증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생을 마감하려는 의도가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충분히 슬퍼하고 현실로 복귀해야
애도반응을 얼마나 심하게 겪는지는 개인의 정서적 성숙 정도, 고통스런 정서를 잘 견뎌내는 힘, 자존감, 상실 대상에 대한 의존 정도, 상실이 발생한 상황 등과 같은 내외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내적 및 외적 요인에 따라서 애도 과정을 잘 수행하고 넘길 수도 있으며, 정상적인 애도에서 병적인 애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애도반응이 너무 심하여 정서적 고통의 경험과 표출이 과도한 경우, 일상생활의 기능저하가 뚜렷할 때, 아니면 아예 애도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병리적 애도반응이라고 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상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애도 과정을 잘 거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충분히 슬퍼하여야 한다. 슬픔의 표현을 부끄럽거나 나약한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상실의 경험에서 나오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한다. 다음은 사랑하는 대상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현실로 빨리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충분히 슬퍼했는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슬픔에서 회복되는 과정은 개인별로 다르고 독특하기 때문이다.
최 전문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의 뇌는 이러한 경험을 극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다”며 “마지막으로는 주변의 지지가 중요하다. 상실이라는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해주는 것도 필요하며, 상실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3자라 할지라도 애도 과정에 빠져있는 사람이 현실로 빨리 돌아오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