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성공신화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시대흐름을 직시하고
겸허한 자세로 변화를 수용해야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강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찰스 다윈이 이야기했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그 대답으로 돌아올 것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존재라서 자신을 엄격하게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자기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에게 향하는 판단력이 무뎌진다. 약점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이 정도면 잘 한 것 아닌가’ 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기 쉽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전이 멈추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야구의 전설 노무라 카츠야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선수에 명감독 출신인 그는 수많은 승부의 세계를 경험한 끝에 강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겸허(謙虛)’를 제시했다. 겸허한 자세로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을 부족한 점이 많은 약자로 인식하는 겸허한 자세가 강자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발전시키는 게 더 낫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강점을 극대화해 약점을 상쇄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역량이 커지는 경우가 단기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약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것이 누적돼 강점의 긍정적 효과는 상쇄, 전체적인 역량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약점은 의식적으로 이를 찾아내 보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울산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런 인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최근 울산경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이 몇 년 째 감소하고 인구도 순유출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부진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수출위주의 주력산업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의 대비가 부족했던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울산경제의 약점 혹은 해결과제에 대해서는 그 동안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일부 시책은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주력산업의 성공신화에 안주한 탓에 관련 기업과 지역사회가 자신을 파악하고 변화시키려는 열정이 절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겸허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되기 전 김현철 교수가 울산상공회의소 주최 경제포럼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방안과 관련해 기존의 연장선상에서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울산모델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신산업 육성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려는 광주모델이 훨씬 바람직할지 모른다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아프지만 이는 울산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울산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거의 매달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세미나와 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신산업의 창출과 주력산업의 고도화를 도모하는데 있어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의 중요성이 작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4차산업혁명의 정확한 실체와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어찌되었건 디지털화를 기반기술로 하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전 세계에 밀어닥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과거 한적한 어촌이었던 울산이 조선소 설립을 계기로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도시가 되었듯이 이제 다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흐름을 직시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다져나가야 한다. 이는 지자체와 기업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로자 더 나아가 시민들도 방관자적 자세에서 탈피해 울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베토벤은 “더 아름다운 것을 위해 파괴시키지 못할 규칙은 없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역 구성원 모두가 겸허한 자세로 이해와 협력의 바탕위에서 냉정히 스스로를 바라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나가면 한국경제 견인차로서의 울산의 위상과 전통을 계속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통은 겸허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기혁신의 연속이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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