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요즘 우리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먹을거리가 수 만 가지에 달하다보니 냉장고에 음식물을 잔뜩 넣어두고도 장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 때문에 부엌이라는 공간에 냉장고가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냉장고가 없다면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하지도 못할 뿐더러 제철음식조차 상하기 일쑤다.

삼단오가리옹기는 지금의 냉장고를 대신하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인 생활용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무더운 여름날 음식을 차게 보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찬물에 담가두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물 채로 찬물에 담가둘 수 없는 경우 옹기 등의 용기에 넣어서 보관해야 하는데,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삼단오가리옹기를 고안해낸 것이다.

구성은 뚜껑과 몸체로 되어 있다. 뚜껑에는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보주형태의 손잡이에 오가리 장식을 더했다. 오가리는 무나 호박 등을 길게 썰어 말린 것을 말하는데, 오글오글 주름을 잡은 모양새가 그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체에도 외연의 테두리에 오가리 장식이 있다.

 

오가리 장식은 열의 습성을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오가리와 오가리 사이에 찬물을 채워 놓으면 물에 담긴 아랫부분 뿐 아니라 몸체 전체를 찬물에 담가놓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게 된다. 심지어 뚜껑에도 오가리를 만들어 장시간 내용물을 시원하고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옹기는 주로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두거나 큰 독에 물을 가득 채워 넣은 후 통째로 담가놓고 사용했다. 몸체 외부의 안쪽 한 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찬물을 고여 둘 때 나뭇가지 종류로 막아두는데 사용한 흔적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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