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 건축디자인대학원의 교수와 학생들이 ‘울산 리메이드(Ulsan Remade):산업도시 재생, 재개발, 그리고 복원, 한국의 울산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참여자는 교수와 컨설턴트, 대학원생 등 14명으로 적지 않은 인원이다. 울산과 서울의 현장을 방문하는 등 15주간의 연구를 마무리하고 11일 울산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주제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울산생태산업단지(EIP Eco Industrial Park)와 도심 속 산악자원(Hills)을 연계한 ‘산업 사파리(Industrial Safari)’라는 관광산업이다. 이들은 해외수출이 예고돼 있을만큼 울산에서 성공을 거둔 EIP와 울산시내에 있는 학성공원 등 7개의 작은 산을 모노레일로 연결해 차를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을 ‘산업 사파리’라고 했다.

사파리는 야생 동물을 놓아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 안에서 구경하는 것을 말한다. EIP는 산업단지 내의 공장들을 서로 연결해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부산물, 잉여열, 폐기물 등을 다른 기업의 원료로 재자원화함으로써 오염물질 제로화를 지향하는 친환경 산업단지를 일컫는다.

울산의 EIP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특히 이날 ‘EIP의 확장과 주류화’를 발표한 박흥석 울산대 교수에 따르면 울산대가 추진하고 있는 EIP글로벌센터 건립사업에 UN산업개발기구가 5000만원을 지원했다. 공유 경제와 개발·환경의 공존은 4차 산업을 뛰어넘는 5차산업이라고도 한다. EIP는 그 자체로 해외수출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의 견학자원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에게 신비한 느낌을 주는 도심 속 작은 산들을 모노레일로 연결해 ‘산업 사파리’를 상품화한다는 상상은 여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울산은 산업화와 함께 급성장했으나 공해도시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관광산업에 눈을 돌렸으나 산업도시에 가려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그런데 ‘탈 석유도시 현장실험(Field Testing the Post-Oil City)’이라는 주제를 다룬 하버드 연구팀들은 울산의 EIP에 주목함으로써 산업 사파리를 통해 산업현장을 관광자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색다른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공단과 도심을 모노레일로 연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 과연 관광객을 끌어들 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하버드의 제안을 허투로 넘기지 말고 울산시와 전문가들이 다시 지혜를 모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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