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기로 하고 그 첫단추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전에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했다.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결정된 순간부터 ‘삶의 시계’를 원전에 맞추어 살아왔다. 실질적으로 지역주민들은 원전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혜택에 더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난데 없는 건설중단은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것도 그들이 믿고 따랐던 정부에 의한 날벼락이니 심각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탈원전이냐 아니냐의 논의를 떠나 신고리 5·6호기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어떤 손실이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 다음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 국민이 신뢰할 만한 에너지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그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에너지 정책은 일장일단(一長一短)을 갖고 있는, 그래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 아니다. 때문에 대중적 여론에 의존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려서 반드시 옳은 길을 가야 하는, 국가적 명운이 달린 일이다.
이때 정치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12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각각 마련한 원전 관련 토론회처럼 각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학자들을 불러 자기 주장을 펼치는 식의 정치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사회적 협의’를 거치겠다고 한 것은 신뢰와 소통을 전제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초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해야 하고 그 최우선 순위는 바로 지역주민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