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좋은 집’에 산다는 건
경상일보-울산건축사협회 공동기획

▲ 웅촌면 석천리 안길에 집 두 채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서 마을사람들이 쌍둥이집이라고 부른다. 필자의 집은 오른쪽인데 남향으로 하다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학성이씨 고가와도 나란한 배치가 된다.

전원주택 설계 의뢰인에게서
땅 일부 구매…두채 나란히 건축
에너지 비용 적게 들고
밝으면서 건강한 집 고려
단열재·시스템 창호에 집중
남향창 많고 밝은 홑집구조로
앞마당에 조경수 대신 텃밭 만들고
거실-안방 멀게 배치, 운동 효과

지난해 본보는 울산 곳곳의 건축물을 살펴보는 ‘건축, 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진행했습니다. 독자들이 보여 준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며 이번엔 울산건축사협회와 공동으로 건축을 테마로 새 기획물 ‘건축이야기­아름다운 집, 살기 좋은 집’을 월1회(둘째주 목요일자) 연재합니다. 우리 삶의 일상 공간이자 가족의 보금자리인 ‘집’에 대해 한발 더 깊숙이, 친숙하게 들어가 봅니다.

울산의 건축사들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설계하고 지은 전원주택을 실사례로 어떤 이유에서, 왜 이런 집을 짓게 되었는지, 이 집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 집에 얽힌 소소한 사연과 이야기들을 알기쉽게 풀어냅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필자가 작년에 지은 ‘우리 집’의 이야기이다. 글을 쓰기 전에 무척 망설였다. 특별한 특징이 없는 집이기에 내세울만한 것이 없기도 하지만, 명색이 건축과 교수이다 보니 아무래도 속내를 모두 내보이는 것이 되어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원주택의 한 사례로 설명드리고자 한다.

▲ 필자의 집은 북쪽(뒷면)에 진입로가 있다.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설계를 가르치다 보면 이를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항상 가지고 있는 의문이다. 이 문제는 물론 주택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건축 전체에 관련된 것이다.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보긴 하였으나 건축은 그렇게 단답식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15년 가을에 소위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하여 2016년 봄에 이사를 했다. 농촌생활을 해본 적도 없지만, 계속해서 아파트생활을 하다가 나이 60이 넘어 주거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어쩌면 모험을 자초한 것일지 모르겠다.

▲ 스플릿 레벨의 계단실. 내부 마감도 외벽과 마찬가지로 흰색 페인트로 하였으며, 바닥과 천장은 주로 목재를 사용하였고, 계단실 외벽을 모두 창으로 하여 밝은 집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평생을 직장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 별다른 취미도 없이 지내다 보니, 생활의 변화가 필요했다. 특히 예전에는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뭔가 하면서 지냈는데, 최근 들어서는 주말이면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이 몸에서 운동 부족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마음도 답답했다. 그래서 전원주택지를 알아보는 중에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울주군 석천리 마을에 땅을 하나 구하게 됐다.

▲ 스플릿 레벨의 계단실. 내부 마감도 외벽과 마찬가지로 흰색 페인트로 하였으며, 바닥과 천장은 주로 목재를 사용하였고, 계단실 외벽을 모두 창으로 하여 밝은 집이 되도록 하였다.

결정적인 것은 H교수님이 석천리에 땅을 마련하여 설계를 의뢰하신 것이었다. 마련하신 땅이 조금 넓어 필자에게 땅을 잘라 파셔서 두 집을 같이 짓게 되었다. 두 집이 동시에 같이 들어가 살게 되면, 처음 하는 귀촌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기도 하였지만 아무래도 한 채를 짓는 것보다는 두 채를 같이 짓는 것이 적합한 시공업체를 구하는 데도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은 두 채가 나란히 붙어있는 집을 설계하게 되었다. 두 집의 가족 구성이나 생활방식이 같지는 않아, 평면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시공의 편의상 같은 모양으로 설계했다.

▲ 필자의 집 계획모형.

부지는 문화재로 지정된 학성이씨 고택에서 멀지 않아 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흑색 기와를 얹는 경사지붕 집으로 설계하여야만 했다. 정식 목구조의 한옥으로 짓는 것은 필자의 경제 사정상, 그리고 생활습관상 불가능했다. 현대적인 재료와 구조에 기와 지붕이 어울리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필자의 편견일 수 있으나 ‘좋은 집’이란 ‘아름다운 집’이 아니라 ‘살기 편한 집’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에너지비용이 적게 들고, 밝으면서 건강한 집을 생각했다.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모두들 겨울철 난방비, 여름철 에어컨 전기값을 걱정하게 되는 데 친환경적인 구조로 설계하여 이를 줄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정해진 예산, 살고 있던 아파트 전세값 내에서 지으려는 목표에 따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나 단열재와 시스템 창호 값은 넉넉하게 배분했다.

▲ 거실의 모습. 거실은 부엌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 식탁을 두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밝은 집을 선호해 왔는데, 주택의 구조를 아파트의 겹집구조가 아니라 홑집구조로 하면 남향 창이 많아 겨울에 따뜻하고 친환경적이고, 환한 햇볕을 한아름 들여 실내가 밝은 집이 되기도 한다.

▲ 2층 안방에서 본 앞산. 이 집으로 이사 온 다음날(2016년 5월 20일) 아침에 찍은 사진. 침실 전면을 모두 창으로 한 것은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 1층 거실 윗부분은 안방에서 나갈 수 있게 테라스를 두었는데, 아직 잘 쓰지 못하고 있다.

운동을 헬스장에 가서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해 왔다. 평소의 습관과 생활방식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계단을 가운데 위치시키고 스플릿 레벨로 방들을 배치했다. 일부러 거실과 안방을 제일 멀게 하여 집안에서 움직이는 동선을 길게 했다.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운동이 될 수 있는, 그래서 건강한 집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거실 앞이긴 하지만 앞마당에 20평 정도의 텃밭을 같이 계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기 좋은 조경수를 심는 것도 필요하겠으나, 애초에 귀촌의 목표는 집에서 움직여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 신재억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집을 지으려면 무엇보다 건설비용이 문제이겠다. 그렇지만 살고 있던 아파트의 전세비용 정도로 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재료나 설비를 제한적으로 정해야 하고, 조경도 최소한으로 했다.

무엇보다 집을 너무 크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집사람과 둘이 주로 살 예정이어서 거실과 안방만 넉넉한 크기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최소한의 크기로 했다.

하지만 장래를 위해서는 여분의 손님방이 하나 필요하겠고, 그 동안 살면서 늘어난 짐들을 보관할 공간도 만만치 않았다.

작은 텃밭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고공간도 필요할 것 같아 필로티 공간을 두었고, 처마경사를 이용하여 다락방도 마련하여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재억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건축개요
·울주군 웅촌면 석천안길
·대지면적 463㎡(140평)
·건축면적 79.29㎡ (24평), 건축연면적 122.31㎡ (36평)
·철근 콘크리트 구조
·외벽마감 : 단열재위 스타코 플렉스
·공사기간 : 2015년 9월~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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