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캘리포니아법원서 첫 심문…한미일연합 궁지 몰리나

▲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주력 공장.

도시바메모리와 제휴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제기한 ‘기밀정보접근차단중지’ 가처분이 미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중지 가처분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급법원은 11일(현지시간)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 도시바가 단행한 WD에 대한 정보접근 차단조치를 해제하라고 도시바에 명령했다.

이에 도시바는 항소할 계획이지만, 일단 기밀정보 접근차단 조치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WD는 “우리 주장이 정당했음을 보여줬다”며 법원 결정을 반겼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14일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에서도 도시바 측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관측을 보도했다.

반도체사업에서 협업해온 WD는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를 분사해 팔려고 하자 지난 5월 14일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중지 중재신청을 낸 데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미 캘리포니아 상급법원에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미국법에 정통한 하야카와 요시히사 변호사는 “이번에 (정보접근차단 중지 가처분에서) WD 측의 주장이 인정되면서 14일 심문에서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단 가처분이 명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도시바는 11일 주거래은행과의 설명회에서 “상급심 결정은 매각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따라서 14일 매각중지 가처분이 내려져도 매각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매각절차를 강행하게 되면 “법정모욕죄 혐의를 받을 수 있고, 거액의 제재금이 부과될 우려까지 있다”고 하야카와 변호사는 지적했다.

도시바의 입장이 취약하다는 견해인 것이다.

상급법원의 심문 한 번에 결정이 나올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2회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도시바나 WD 양측 다 결정에 불복하면 즉각 항고할 수 있어 주(州)최고재판소까지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도시바가 생각하는 내년 3월까지의 매각절차 종료는 곤란해진다. 1~2년 뒤로 전망되는 국제중재재판소의 재정에서도 WD 주장이 인정되면, 매각 자체가 무효 판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BLJ법률사무소 엔도 마고토 변호사는 “그 시점에서 매각절차가 완료돼 있다 해도 도시바는 상당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6월 23일 도시바(東芝)가 8월 1일부터 도쿄증시 2부로 강등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도시바는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및 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한국 SK하이닉스 등과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정했지만, SK하이닉스 의결권 문제 등으로 협의가 꼬였다.

6월 28일 정기주주총회 전에 최종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협상 난항으로 지연됐다.

그러면서 WD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도 동시 교섭을 진행하는 등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이처럼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절차에 깊은 구름이 끼어있는 가운데 14일 미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매각 교섭이 한층 더 꼬일 수 있다고 마이니치는 내다봤다.

한편 도시바가 8월 제출할 예정인 2016회계연도 유가증권보고서에 대해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PwC아라타감사법인이 감사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불표명’을 할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도시바가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거액손실을 인지한 시기를 놓고 조사가 종료될 전망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결산에서 감사법인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도시바 상장폐지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PwC아라타감사법인은 12일까지 감독관청인 일본 금융청이나 도시바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유가증권보고서에 이어 이번에도 감사의견 ‘불표명’ 방침을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불표명’은 천재지변에 의한 자료의 분실이나 도산으로 감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통상적인 사례로 도시바 같은 대기업에서는 결코 생각하기 어려운 사태다.

불표명이라도 즉각 상장폐지는 안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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