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빛날 기회 주연은 사양...헌정 유니폼 증정식 등만 진행

▲ 15일 KBO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사양한 이승엽. 사진은 지난 2013년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2017 KBO리그 올스타전의 메인 테마는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과의 작별이다.

KBO는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이승엽의 마지막 축제’를 기념할만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일찌감치 이승엽에게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정중하게 ‘주인공’ 자리를 고사했다. “올스타전은 모두의 축제여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승엽은 “내가 주연이 되는 행사는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고, KBO는 이승엽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올스타전을 위해 조금은 마음을 열어라”고 부탁했다.

절충안이 나왔다.

이승엽은 올스타전에서 KBO가 제안한 행사 중 단독 팬 사인회, 두 아들과 함께하는 시타·시구·시포 행사, 헌정 유니폼 증정식에 응했다.

KBO 관계자는 “정말 최소한의 행사”라고 강조했고, 이승엽은 “이 정도도 과분하다”고 했다.

이승엽에게 2017년은 특별하다. 올 시즌 후 은퇴하는 이승엽은 “하루하루,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후배들이 빛날 기회를 빼앗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이승엽의 신념이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를 떠나보내는 KBO리그에도 2017년은 특별하다. KBO리그의 축제인 올스타전은 ‘이승엽 은퇴 투어’의 출발점으로 안성맞춤이다. 마침 올해 올스타전이 이승엽이 야구를 시작한 대구에서 열려 ‘배경’에도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승엽은 무대 중심에 서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도 이승엽은 “올스타전 출전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음 올스타전에는 젊은 선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보다 인기 많은 선수가 많아져야 KBO리그가 풍성해진다”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바랐다.

하지만 팬들은 올해도 이승엽을 올스타 무대에 세웠다.

이승엽은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 투표 1위에 올라 올스타전 역대 최고령 베스트 출전자가 된다.

이승엽은 올스타전이 열리는 15일 기준 만 40세 10개월 27일의 나이로 종전 최고령인 2000년 김용수(전 LG 트윈스·40세 2개월 21일)의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팬들이 이승엽에게 올스타전 주인공이 될 ‘명분’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그래도 이승엽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칠 정도로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고백한 이승엽은 이번에도 후배들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방법을 택했다.

이승엽을 ‘스타’로 만든 건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8시즌을 일본에서 뛰고도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인 홈런 459개를 쳤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2003년 56개), 최다 홈런왕 달성(5회) 기록도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다.

홈런왕 이승엽을 ‘팬과 선수들이 사랑하는 국민타자’로 만든 건 실력만큼이나 훌륭한 인성이다.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낮은 자리를 지킨다. 그런 모습이 이승엽을 더 돋보이게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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